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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다시보기]'주요언론'의 성역과 금기

김신명숙(작가)  2002.11.06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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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명숙 계간 이프 편집위원/ 작가





나는 현재 한 유선방송에서 남북관계를 주로 다루는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남북관계 전문가들을 남부럽지 않게 자주 만나 대담을 나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한지 벌써 1년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지만 남북관계의 동향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무엇보다 내 무지 탓이 크겠고 또 남북관계 자체가 두 당사자간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4강 등을 포함하는 고차원 방정식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내 생각에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사실 방송에서는 말을 못했지만….”

대담이 끝나고 나서도 잘 정리가 안돼 이것저것 물어보면 대담자들이 우선 이런 서두를 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마디로 솔직한 대담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대담자들을 솔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미국의 힘’이다. 미국에 관한 한 이들은 극도로 입조심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현상은 이른바 ‘주요 언론’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객관적으로’ 미국을 보기에는 갈 길이 먼 듯하다. 그들이 주장하듯 미국은 우리의 군사 맹방이요, 제1의 무역상대국이지만 언론의 시각마저 한미공조로 치우쳐 흐른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의 민족적 이익을 위한 해법 도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 북미간에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만 해도 ‘주요 언론’들은 계속 한미공조의 시각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응원까지 해주고 있지만 ‘미국이 먼저 제네바 합의를 어겼다’는 등의 북한의 주장들에 대해서는 정확히 시비를 가리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현실에 맞는 적절한 해법이 나올 수 있을텐데 말이다.

남-북-미 관계의 구조적인 문제, 초강대국 미국의 일방주의적 압박 아래 북한이 처한 곤경 등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핵무기 개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긴 것이니 북한은 역시 불량국가라는 단세포적 반응만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미국은 아직도 성역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를 가장 깊은 심층에서부터 구조 짓고 있는 가부장제나 장애인 노인 동성애자 빈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는 ‘주요 언론’들이 다루기 꺼려하는 금기의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43개국이나 참가한 부산 아태 장애인 경기대회가 열렸다. 장애인 복지가 열악하기 그지없는 우리 사회에서 그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인권과 복지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어 그만큼 좋은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장애인 대회 기간 중에도 신문 스포츠면을 채운 것은 박세리였고 프로 농구, 프로 야구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전 국민이 알 수 있는 스타 장애인 선수가 적어도 한 명쯤은 탄생하길 바랬다. 언론이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장애를 딛고 국제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따지고 보면 다 감동의 드라마 아닌가?

우리 사회엔 스티븐 호킹이나 오토다케 히로타다(‘오체불만족’의 작가), 레나 마리아(스웨덴의 장애인 가수)같은 스타 장애인들이 없다. 장애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우리 사회 탓이 제일 크겠지만 언론의 책임도 그에 못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 언론은 정말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