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월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방안’을 발표하며 방송 광고와 편성 등에 관한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목적성도, 효과도 불분명한 각종 규제를 없애고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지상파방송사들은 환영했지만, 한편으론 ‘미디어 공공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미디어의 공적 책무는 공영방송, 혹은 지상파방송사만 지는가.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간 규제 차이는 어떻게, 왜 발생하며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방송법 제5조 ‘방송의 공적 책임’ 조항은 사업자에 차등을 두지 않는데 실제 규제 체계는 주파수 사용 여부와 전달 수단에 따라 구분되고, 이 때문에 ‘비대칭규제’,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방통위가 지상파 규제 완화를 만지작거리고,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방송의 재승인 조건도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것이 ‘이용자 복지 증진’과는 대체로 상관없다는 데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법의 목적과 수단 간의 불일치성이 “어이없을 정도”라고 했다.
한국방송학회 주관, 방통위 후원으로 24일 열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바람직한 정책방향 모색’ 세미나는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 없는 기존 규제 체계로는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이해관계도 다원화된” 지금의 매체 환경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준웅 교수는 “이런 조건에서 규제 당국이 법적 자격을 갖춘 매체 사업자를 법률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규제업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앉아 있을 수 없다”면서 “성공을 노리는 신규 매체 사업자를 격려하고 사업자의 성공을 저울질하는 투자를 유도하고 무엇보다도 매체 이용자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서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오래된 ‘방송’법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매체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시청각 매체 영역의 공적 목적을 먼저 규정하고, 그런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의무로 부여받은 사업자를 ‘공영방송’ 혹은 ‘공적매체’로 규정해 법이 정한 의무에 따라 공적 책임을 수행토록 하고, 나머지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불법 행위와 제도상의 기본 규제사항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의 책무 역시 “상당 부분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책임”이며 “대부분은 경영책임자가 공개적으로 임명권자와 시민에게 약속한 경영목표로 구체화된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보도본부장 정도면 책임 있는 실천을 약속해야 하고, 약속을 못 지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특정 정권이나 규제 당국 하에선 임기를 채운다는 식으로 가는 건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정준희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도 “미디어 전반의 공공성이 재조정되고 실행 주체가 재편되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파수나 전달 수단의 공공성보다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미디어의 ‘공연성’ 개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공공적인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서 무질서를 제어하고 사회적 신뢰수준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며 이는 미디어 창구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유럽연합의 시청각매체법과 유사하게 미디어를 통할하는 신규 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 방식은 네거티브 규제를 기본으로 하되 그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할 땐 명확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사실을 다루는, 보도행위를 하는 모든 미디어에 대해 보편적인 공공성 요구를 강화”하고, 공영미디어 같은 공적 주체에 대해선 특수한 포지티브 규제를 통해 품질과 차별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수신료의 합리적 징수와 배분을 위해 공영미디어 협약의 평가와 계획을 재원 정책과 연계하고, 시민과의 결합력을 높이는 거버넌스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