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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켜며]

철새정치 주역

박미영 기자  2002.10.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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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계 진출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거부감이 상당부분 줄어든 것이나 기자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정체성 위기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권에 입문한 언론인들의 행보는 그야말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언론인 출신이면서도 오히려 언론탄압에 앞장서는 듯한 모습이나, ‘철새 정치’에 줄서기 하는 태도는 ‘언론인 출신이 더하다’는 비아냥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SBS 앵커 출신으로 최근 민주당을 탈당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전용학 의원을 비롯해 탈당 결의를 한 MBC 사장 출신 강성구 의원이나 한국일보 사장 출신 박병윤 의원은 후배 언론인들로부터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 경선을 통해 선출한 자기 당 후보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각자 더 높은 지지율을 가진 후보를 쫓아 둥지를 옮겨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들이 더 언론탄압에 앞장선다는 비판은 기자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얼마 전 언론계를 시끄럽게 했던 한나라당의 ‘신 보도지침’ 파문의 경우만 해도 편파방송대책특위에 참여하고 있던 언론계 고위간부 출신 의원들이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정계에 진출한 언론인은 모두 36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15%에 달했다. 이들 언론인 출신들이 언론자유 신장을 위한 제도개선 작업에 힘쓰거나 각계 분야에서 소신 있는 정치활동을 펼친다면 언론인 출신들의 정계 진출이 그 자체만으로 비판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언론인 출신들은 대부분 인맥을 통해 정계에 진출하고 대 언론창구 역할을 맡는 게 대부분이었다. 언론인의 정계 진출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