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20.12.16 14:59:42
“엄청 큰 빙산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게 투명하니까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 (주)머스트게임즈에서 일하고 있는 김수진 데이터분석실장은 기성 언론이 게임 콘텐츠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YTN 기자로도 일했던 김수진 실장은 “저도 문화부 경험을 했지만 영화나 공연, 다른 대중문화에 비해 게임은 잘 안 다루는 측면이 있었다”며 “게임 업계에 와서 보니 굉장히 큰 분야인데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히 기사로 다룰 만한 사안들도 애써 무시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게임 콘텐츠는 언론사 기사에서 굉장히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지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게임은 경제나 IT·과학, 스포츠·연예 섹션 안의 세부 항목으로만 존재한다. 기사 내용도 주로 보도자료 수준인 데다, 하위문화의 한 종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그러나 전체 산업 규모를 놓고 보면 게임은 꾸준히 비약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게임은 캐릭터, 지식정보, 방송, 음악, 출판을 모두 제치고 수출액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산업 안에서의 수출액 비중만 66.7%로, 연평균 증가율은 21.2%에 달한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게임 이용률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올해 6월 초까지 게임 이용 여부(한 번이라도 이용해본 경험)를 조사한 결과, 70.5%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8%p 증가한 수치로, 연령대별로 10대가 91.5%, 20대가 85.1%, 40대가 76.6%, 30대가 74.0%, 50대가 56.8%, 60~65세가 35.0%의 수치를 기록해 10~2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게임이 생활화 됐음을 나타냈다.
김수진 실장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게임하시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게임은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일종의 사회 현상이 게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게다가 전 세계 가장 큰 자본의 흐름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언론계는 너무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게임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언론계는 △산업진흥론 △중독규제론 두 가지 시선으로만 게임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는 “게임 산업이 수출이 잘 되고 부가가치가 높으니 산업이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주목하자’는 식으로 게임을 다루는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 사회 문화 보건 등의 영역에선 게임 중독에 빠진 20대 등을 예시로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담론이 나오고 있다”며 “이 두 담론 사이에 문화 담론 등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고 특히 20~30대의 경우 사회 경험과 일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게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이걸 문화적으로 조명하는 담론은 언론에 없다”고 말했다.
무관심의 가장 큰 이유로는 데스크의 편견이 지목됐다. 게임이 수출 효자이긴 하지만 어떻게 미디어 상위 프레임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아직도 데스크들의 의구심이 크다는 것이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게임이 활성화됐던 시기가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가 나왔던 때라 당시 대학을 다녔던 세대 위로는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기자들 사이에서도 세대 간 단절이 있는 것 같고, 또 본인이 게임을 즐겼던 세대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고 학부모 입장이 되면서 아이들이 게임에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본인과 자식의 게임 플레이에 이중적 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엔 게이머 세대들이 중견 기자급이 되며 언론계에도 유의미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경제지나 전문지에서도 산업적인 측면에서나마 게임과 관련한 시의적절한 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혁 칼럼니스트는 “기자들 중 일부는 본인이 게임 콘텐츠를 다루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 기사를 보면 기자가 게임을 잘 알고 쓴 것 같은 기사들도 종종 보인다”며 “얼마 전 MBC에서도 e스포츠 다큐를 만들지 않았나. 게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PC방 전원을 껐던 방송사에서 관련 다큐가 나올 정도면 미디어 종사자 인식은 많이 바뀐 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시도가 개인적, 일시적으로만 존재하기보다 언론사 차원에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또 콘텐츠 성격상 기성 언론사가 소화하기 힘들지라도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기 위해, 또 적어도 40대 정도에겐 충분히 소구력 있는 기사로 게임 콘텐츠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선 이미 와이어드나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등이 게임 저널리즘에 투자를 늘리며 독자층을 확대하고 있다.
이정엽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사에 게임전문기자가 존재하지도 않고 심지어 영화나 음악처럼 비평 부문 투자가 활발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 (내용적으로) 게임 콘텐츠 투자가 힘들다면 형식면에서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기사를 보여주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다. 국내에서도 선거방송이나 SBS 마부작침 등이 콘텐츠를 게임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굵직한 기획이나 주제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면 기성 언론에 무관심한 젊은 사람들도 높은 호응을 나타낼 수 있고, 기사 소비 패턴도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