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20.12.16 14:56:00
국내 코로나19 보도가 지닌 여러 문제점의 근본원인이 언론사의 만성적 인력 부족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 ‘코로나19, 일년을 돌아보다’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국내 코로나19 보도의 여러 문제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뉴스룸의 만성적 인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1월20일부터 5월31일까지 12개 국내 언론사의 코로나19 보도를 분석한 자신의 연구결과를 거론, “기사당 평균 취재원 수는 2.09명이었고 이마저도 질본이나 지자체 관계자에 편중돼 있었다. 기자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의 결과”라며 “신종 감염증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고 틀릴 수 있어 여러 의견을 교차검증하고 확인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는 코로나19 같은 불확실성이 큰 감염병 재난 상황일수록 보도의 ‘속도’보다 ‘정확성’이, 단순 ‘사실전달’보다 ‘심층분석’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국내 보도 문제점으론 ‘단순 사실 중계 중심의 보도’가 지적됐다. 연구결과 코로나19 ‘기사유형’ 중 조사대상 1081건 전체 기사 중 88.3%(954건)가 스트레이트 기사였고, ‘프레임 유형’ 중 단순 상황 전달에 머무는 ‘결과’(46.2%) ‘확산 현황’(25.9%)이 전체 3분의 2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중에게 전문 지식을 전하는 ‘전문 과학 정보’나 ‘보건 예방 정보’ 등은 각 1.9%에 불과했다.
뉴스 이용과 주목도가 높아진 코로나19 국면에서 “언론이 대체 불가능한 효능을 제공할 때만 불신해소의 계기를 맞을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보도를 이 정도라도 한 건 기자들의 역량과 헌신 때문이다. K-방역이 의료인력 혹사란 지적을 받지만 K-언론은 방역 이상으로 사람을 갈아 넣는 시스템이 아니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며 “기자 개인의 노력과 희생에 의존하는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충분한 취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보다 주목에만 집착하는 보도’ ‘사회적 연대와 인권에 무관심한 보도’ 등도 지난 1년간 보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현실과 정부대책을 과도하게 부정 평가하거나 ‘뚫렸다’ ‘초토화’ ‘패닉’ 등 표현으로 ‘감염증 상업주의’라 할 행태를 보였고, ‘신천지’ ‘중국’ ‘성소수자’를 부각해 혐오에 적극 편승했다는 것이다. 원인으론 정치 유불리에 따른 사실 취사선택 등으로 나타난 ‘정파성과 진영논리’, 관습화된 비판에서 드러나는 ‘부정의 뉴스 가치 편향’이 거론됐다. ‘전문적 의료보건 보도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일선 기자들은 국내·외 보도에 대한 자성과 비판, 개선 노력 등을 전했다. 김윤경 뉴스1 부국장(국제전문위원)은 ‘외신 스트레이트가 분석기사로 둔갑’하거나 ‘취재가 어려울 때 손쉽게 외신을 인용’하는 행태, ‘경제적 이득을 전제로 기사 일부만 인용해 사실을 왜곡’하는 국내 국제뉴스 행태를 비판했다. 중계 보도가 많다는 비판엔 “기사 수가 많지 않거나 속보가 없으면 그날 장사는 망했다고 할 정도로 포털에 종속된 문제를 체화하고 있다. 구조 타파를 위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팩트체크팀에 근무 중인 이경원 SBS 기자는 탐사보도팀이 선호되지 못하는 현실을 설명하며 “기자들이 공익에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맨땅에 헤딩해야 된다’ ‘거기 가면 욕먹는다’는 기피 목소리를 전하며 “기획이나 탐사팀을 보는 조직감정은 좋지 않다. 바쁜 타 부서에서 보기에 한가해 보이니 ‘너넨 뭐하냐’는 말을 제일 많이 듣는다. 긴장을 줄일 방법이 중요하다”면서 “탐사팀 인력이 느낄 노동의 불확실성을 언론사가 어떻게 상쇄할지 등 작은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