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1000억원대 적자까지 얘기되던 MBC의 경영성적이 지난 10월 기준 90억원 영업이익 흑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경영위기가 극심하던 MBC의 경영성과가 급반등한 것이다. 특히 MBC는 최근 세종MBC 구축, 사내 벤처 추진, 드라마 부문 재편 등 ‘큰 그림’을 밝힌 만큼 이 같은 구상이 향후 어떻게 실현되고 얼마만큼의 성과로 돌아올지 관심이 모인다.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1일 창사 59주년 기념사를 통해 “올해 적자가 1000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올 들어 10월까지 영업손익을 따져보니 90억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0억원 넘게 경영수지가 개선된 것”이라며 “연말에 지출해야 할 비용이 많아 올해 전체로는 흑자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성과”라고 밝혔다. MBC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MBC는 협찬수익 484억원을 포함한 광고수익 1739억원, 콘텐츠 유통수익 3093억원 등 총 5433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영업비용으론 5343억원을 지출해 합산결과 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565억원, 2018년 -1237억원, 2019년 -966억원 등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온 터 올해 ‘깜짝 반등’을 이룬 것이다.
성과의 근원으론 ‘슬롯 다이어트’와 제작비 절감 등 비용감축이 꼽힌다. 지난 6월 말 MBC는 평일 메인뉴스 이후 시간대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 슬롯을 줄였다. 당시 이근행 편성본부장은 “(뉴스 이후) 프라임타임대 슬롯의 효율성을 기하자는 차원”이라며 “예능 3개와 시사교양 1개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지난 5월 말부터 두 차례 개편으로 올해 약 95억원의 제작비를 절감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개편 취지를 전한 바 있다.
예능프로그램의 선전 역시 경영수지 개선에 한몫했다. 강지웅 기획조정본부장은 7일 “코로나19로 1/4분기 광고매출이 예년 50%까지 급감했는데 7월 이후 김태호 PD의 ‘놀면 뭐하니?<사진>’가 ‘무한도전’ 수준으로 견인해주며 거의 목표치까지 근접시켜줬다. 그 공을 인정해 회사에서도 팀에 공로상을 준 것”이라며 “‘나 혼자 산다’ ‘구해줘 홈즈’ ‘전지적 참견시점’ 등 전통적인 예능 프로그램 강세가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슬롯다이어트’, 올림픽 연기로 약 700억원을 세이브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전체 경영이 흑자 성적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연말 명예퇴직자 42명, 정년퇴직자 50명 등 1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의 퇴직금 지출이 예정돼 있다. 박건식 정책협력부장은 “1700여명 조직에서 근 100명이, 사상 최다에 가까운 인원이 나가게 된다”며 “여유 자금이 있을 때 명예퇴직을 실시해 체질 개선을 하자는 취지다. 콘텐츠 기업으로서 젊고 경쾌하고 창의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선 젊은 인력을 수혈해 세대교체를 해줘야 한다. 방치하면 젊은 인력 유출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흑자란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 콘텐츠에 투자해 (흑자도 적자도 아닌) ‘제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MBC는 단기 성과에서 나아가 세종MBC 구축 등 내년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여러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중부권인 MBC충북과 대전MBC의 힘을 모아서 행정수도 세종시에 새롭게 ‘세종MBC’를 구축하는 작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영·호남 광역지자체들이 수도권 중심 경제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메가시티 구상을 협의하는 시기 해당 지역 MBC는 권역별 광역화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하고, 나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MBC와 관련해 강 본부장은 “예전 광역화가 아니라 큰 MBC 차원에서 중부권을 아우르는 세종에 거점을 만든다는 취지”라며 “앞서 박성제 사장이 지역MBC 노조위원장들과 만나 제안을 했고 일단은 국회 이전 등으로 세종이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전제조건이지만 논의가 진척되면 기민하게 대응해 부지매입이나 사옥 건립 등에 차곡차곡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움직임도 진행 중이다. 사장 직속 미래정책실은 벤처캐피털 펀드 3곳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미 전략 투자를 시작했고, ‘노하우’가 쌓이면 직접 지분 투자, 인수합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최종 2개팀이 선정된 사내벤처의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총 52개팀이 지원한 사내벤처에는 ‘애니메이션 컴퍼니’,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어교육 플랫폼’이 선정됐다. 그 외 “사내 어떤 조직이든 상암에만 머물지 말고 강남을 휘젓고” 다녀 혁신의 조직문화를 배우라는 뜻에서 강남에 공유오피스 형식의 스마트워크센터를 마련키로 하고 내년 초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경영성과 이면엔 조직 전반에 끼어든 ‘경영에 대한 고려’가 우려로 자리한다. 퇴직금·성과급제 개편에 대한 노사합의로 급여 삭감이 이뤄지며 조합원 60여명이 노조를 탈퇴하는 일도 있었다. 드라마 전반의 부진 역시 고민이다. 특히 지역MBC 권역별 광역화 과정은 노동자 근로조건 변화, 공영방송으로서 지역에 대한 역할 축소 측면이 불가피하다. MBC 한 기자는 “보도국 예산 중 절반 가량이 특파원 예산이었는데 다 없애면서 지금은 미국, 중국, 일본 정도 뿐”이라며 “모 기업 비판 보도가 나갔는데 몇 주 후 해당 기업 제품 광고가 1·2부로 나뉜 뉴스 사이에 나가더라. 문제소지가 있다고 보지만 워낙 회사가 어렵다보니 쓴소리 할 엄두도 잘 못내겠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장 입장에선 연임을 생각하면 경영성과를 더 좋게 만들 이유가 없다. 내년에 성적이 더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