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20.11.12 13:35:47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주요 정부 기관의 취재여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질병관리청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와 청와대, 보건복지부 등도 13개 기관 중 상위권을 기록했다. SFCC가 1956년 창립 이후 이러한 조사를 실시한 것은 처음이며, 현재 SFCC는 서울에 상주하는 외신 매체 100개사 286명의 정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질병관리청, 서울시, 청와대 취재 대응 잘 했다
이번 SFCC 조사 결과 질병관리청은 11개 평가 항목 중 8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코로나19 감염자 수 및 검사 상황에 관한 적극적인 정보공개, 내신과 차별을 두지 않는 공평한 취재 대응, 외신을 위한 외국어 보도자료 지원 등이 높게 평가됐다.
SFCC는 “질병관리청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신을 위한 기자회견을 수차례 진행했고, 이메일 등 개별 질의에 대해서도 다음날까지 반드시 답변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등 외신의 의문점에 대해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하려 노력했다”며 “보건복지부 역시 4위를 기록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취재 대응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총점이 두 번째로 높았던 서울시도 3개 평가항목에서 1위, 나머지 7개 항목에서 3위 안에 들었다. SFCC는 “외신의 인터뷰 및 자료 제공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점, 공동취재단(풀) 취재 기회 제공 등에서 내신과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며 “서울시는 2012년부터 대변인실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외신담당관을 배치해 개별 질의가 오면 해당 사안에 답할 수 있는 담당자를 연결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모든 항목에서 5위 이내에 들어 3위에 오른 청와대와 관련해서도 SFCC는 “춘추관에 정식 등록된 기자들에 대해 내외신 구별 없이 내신과 동일한 수준의 취재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춘추관에 등록되지 않은 외신 매체에 대해서도 별도의 단체 메신저방을 통해 브리핑, 사실 확인뿐 아니라 백그라운드 브리핑 내용도 제공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다만 “풀에 참여해 직접 취재하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다소 아쉬워…검찰은 최하위
외신 매체의 취재가 많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SFCC는 “3개 부처 모두 외신담당관이 외신을 위한 연락망을 운영하고 있으나, 백 브리핑(대변인이나 당국자가 익명을 전제로 말하는 비공식 브리핑) 참가 및 사실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 민감한 국제 문제에 대해 당국자에 대한 개별 취재 기회가 드문 편이다. 주요 부처의 소극적인 외신 대응 때문에 현재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질의가 청와대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는 건전한 언론 취재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하위를 기록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관련해서도 SFCC는 “기소 사실 확인도 어렵다는 호소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SFCC는 “한국 매체가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뉴스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외신이 이를 인용 보도하면 보도 기준에 벗어나게 된다”며 “외신이 검찰에 사실 확인을 요청해도, 절대 다수의 경우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사법 시스템이 공평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면 한국의 국제적 신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호리야마 아키코 SFCC 회장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정부 부처마다 외신에 대한 취재 지원 기준이 상이했으며, 현장에서 외신기자들의 취재 활동에 대한 지원 수준이 천차만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외신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 부처마다 상이한 외신 취재 지원 시스템이 일관된 수준으로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향후 외신 취재 여건 재고하는 데 기초 자료 활용 예정
한편 이번 조사는 외신기자들이 한국의 정부 기관을 취재하면서 겪는 어려움 등을 정확히 파악해, 향후 취재 여건을 재고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됐다. 설문조사는 △기본적인 정보제공 △언론질의 응대 △긴급뉴스 취재 대응 △고위 관료 취재기회 △공평한 취재기회 △외신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6개 영역 11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대상은 지난 1년간 비교적 많은 수의 외신기자들이 관심 있게 취재한 13개 기관을 선정했다.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공사인 인천국제공항은 엄밀한 의미에서 중앙 정부 기관은 아니지만 외신기자들이 자주 취재하고 있으며, 공공성을 가진 기관인 점을 감안해 조사에 포함됐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정회원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59개사 120명이 응답해 응답률 42%를 기록했다. 다만 외신기자들이 모든 부처에 대해 평가한 것은 아니며, 자주 취재하지 않았던 부처에 대해선 설문에 답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SFCC는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4개 부처에는 100명 이상이 조사에 참여한 반면 타 부처의 경우 응답자 수가 50~90명 정도로 나타났다”며 “4개 부처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만큼 외신기자들이 기대하는 요구 수준도 높아 점수가 다소 낮게 나온 경향이 있다. 타 부처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