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0.11.03 22:33:45
방송통신위원회가 MBN에 내린 ‘업무정지 6개월’은 방송법상 가능한 행정처분 중 승인취소 다음으로 높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2004년 ITV경인방송의 재허가 추천이 거부된 일을 제외하면 80년 언론 통폐합 이후 정부 기관에 의해 언론사(방송사)가 문을 닫은 일은 없었다. MBN같이 보도 기능이 있는 종합편성채널 PP를 일정 기간 ‘정파’시킨 전례도 없다. 언론시민단체들이 ‘봐주기’라며 반발했지만, 방통위로선 승인취소를 제외한 가장 강력한 처벌을 한 셈이다.

유례없는 중징계가 내려진 건 MBN의 위법사실이 그만큼 명백했기 때문이다. MBN은 2010년 말 3950억원의 자본금 납입 계획을 제출해 종편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이후 주주모집 등이 어려워지자 556억원을 회사자금으로 충당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임직원 16명을 차명 주주로 동원했다. 그리고 주주명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해 2011년 최초승인을 받았고, 역시 허위 재무자료 등을 토대로 지난 2014년과 2017년 두 번의 재승인을 받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고의로 서류와 회계 자료 등을 조작한 것은 물론, 이를 숨기기 위해 2011~2018년 재무제표도 허위로 기재했다. 방통위는 “정부를 기망하고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통해 승인을 받은 것”이라며 “차명 주주를 활용하고, 자본금을 모두 모으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렸다면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MBN은 보도채널을 운영 중이던 2009년부터 회사자금을 활용한 임직원 차명 주주가 있었고, 이들이 포함된 주주명부로 2010년 종편 사업자 승인심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백(Buy-back) 계약도 있었다. MBN은 일부 주주와 일정 기간 내 주식을 되팔 수 있는 바이백 권리를 보장하는 불법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상법 위반으로 지난 7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부분이다. 장대환 회장 역시 지난달 28일 방통위 의견청취에서 모든 잘못을 시인했다.
이처럼 ‘허위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 승인을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방송법과 시행령을 아무리 살펴봐도 승인취소 외에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방송법 시행령 별표1의2는 감경 사유 기준을 4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 중 ‘5년 이상 방송사업을 모범적으로 해 온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를 적용해 승인취소에서 업무정지 6개월로 한 단계 낮췄다. MBN이 보도채널이던 1995년부터 약 26년간 방송사업을 해온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감경 사유는커녕 오히려 가중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방통위 의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송법 시행령은 사소한 실수가 아닌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허위 승인을 받은 경우 승인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며 “법이 정한 원칙대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MBN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는데, 위법행위는 사실관계의 다툼이 없는 만큼 재판에 가면 감경 사유와 가중 사유 해당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안팎에선 과거 롯데홈쇼핑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를 들어 MBN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가 낮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6년 황금시간대(6시간)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1심에서 승소해 새벽 시간대 6시간 영업정지로 감경됐다. 그러나 당시 롯데홈쇼핑은 재승인 심사에서 비리 행위 임직원 수를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MBN이 저지른 위법행위와는 사안의 종류나 정도가 다르다. 게다가 MBN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업무 전부’ 정지에서 ‘주요 시청시간대’ 중단으로 한 단계 낮춰질 가능성이 크다. 거액의 소송 비용을 들여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법적 대응을 한다 해도 그 시점은 재승인 심사 이후가 될 전망이다. MBN에 대한 재승인 심사가 곧 시작되는데, 이번에 받은 행정처분은 물론 이후 MBN의 후속 대응도 재승인 심사결과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의결 직후 브리핑에서 “MBN은 이번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불법행위를 통해 승인받는 일이 없도록 자숙하며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을 포함해 방통위 권고를 성실히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장 MBN 앞에 놓인 과제도 많다. 방통위는 위법행위 관련 경영진에 대한 문책 계획과 경영혁신방안,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 보호와 고용 안정 방안 등을 3개월 이내에 방통위에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지난 4월 소각한 자기주식 금액 이상으로 자본금을 증가시킬 방안도 찾으라고 했다. MBN은 금융위 처분에 따라 지난 4월 자기주식에 해당하는 차명주식 약 402만 주를 소각했다. 6월 말 기준 MBN 자본금은 25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억원 줄었다. 반면 최대주주인 매일경제신문사의 지분 비율은 32.64%로 증가해 방송법 제8조 소유제한(30%)을 위반한 상태여서 이를 해소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당장 내년 5월 초부터 6개월간 방송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대체 투자자 모집 등 증자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위법행위를 하고도 승인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한 만큼 재승인에 대한 희망은 커졌지만, 그만큼 까다로운 재승인 조건을 받아들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재승인 심사와 6개월의 처분 유예 기간 동안 MBN 경영진이 얼마나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방통위의 재승인 결정과 추후 행정처분 감경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진 대부분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노조의 소유-경영 분리 방안 요구에도 사측은 전혀 화답하지 않고 있다. 행정처분을 하루 앞두고 MBN 대표에서 사임한 장승준 대표는 MBN의 최대주주인 매경의 사장으로 최근 승진해 MBN 경영에 여전히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는 △주요 임원 임명동의제 △노동이사제 △사장 공모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우리 내부에 있던 제왕적 권력을 제한하고 더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사로 거듭나는 것만이 MBN의 살길”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