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20.10.07 15:27:03
25개. 6일 기준 지상파 3개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 4개사가 정오부터 메인 뉴스 시작 전까지 송출하는 낮 뉴스 프로그램 개수다. 이들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을 모두 합치면 26시간 25분. 한 방송사당 약 3시간 46분씩을 낮 뉴스에 할애하고 있는 셈으로, 낮 뉴스 프로그램은 어느덧 방송사 오후 시간대 편성의 기본 축이 됐다.
낮 뉴스는 원래 보도전문채널이 강세를 보이는 영역이었지만 종편이 출범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2017년 SBS, 2018년엔 KBS와 MBC 등 지상파마저 가세하며 그야말로 방송사들의 격전장이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년도 N스크린 시청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오부터 오후 6시대까지 실시간으로 TV를 보는 이용자들의 월 평균 시청시간은 1610분으로, 하루 53분 꼴에 불과하지만 속보와 심층 뉴스를 중요시하는 흐름에 따라 그동안 방송사들은 낮 뉴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지상파 방송사 A 기자는 “뉴스라는 것이 전체 흐름이 중요할 때가 있다. 한 방송사 뉴스를 보고 그게 마음에 들면 연속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시청자를 자사 뉴스 흐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낮 뉴스를 확대한 측면도 있다. 방송사들 낮 뉴스가 많아지고 길어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비용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A 기자는 “낮 뉴스라는 것이 어차피 갖고 있는 장비에 이미 고용돼 있는 기자들만 쓰면 돼 프로그램 제작에 별 돈이 들지 않는 구조”라며 “경영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시간당 10~20만원 정도의 패널을 부르면 몇 시간이고 때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편성표를 보면 지상파와 종편 방송사들은 짧게는 2시간 5분에서 길게는 4시간 40분까지 낮 뉴스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경쟁도 치열해져 오후 2시대에는 KBS와 MBC, SBS가 각각 ‘뉴스2’ ‘뉴스외전’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방송하고, 종편에선 ‘전용우의 뉴스ON’ ‘MBN 프레스룸’ ‘사건파일 24’를 송출하고 있다.
다만 시청률에선 지상파보다 종편이 우세하다. 기자협회보가 닐슨 기준(지상파는 전국가구, 종편은 유료방송가구) 정오부터 메인 뉴스 시작 전까지 방영되는 낮 뉴스 프로그램의 6~8월 시청률을 집계한 결과, KBS가 3.183(1·2TV 합산)으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TV조선(3.099) △MBN(2.459) △채널A(1.99) △JTBC(1.289) △SBS(1.185) △MBC(0.711)가 이었다. KBS를 제외하곤 종편이 모두 앞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특히 TV조선은 오후 1시에 방영하는 ‘보도본부 핫라인’이 3개월 평균 시청률 3.66을 기록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윤정호 TV조선 시사제작국장은 “시사 부문은 지난 1년 내내 강했다”며 “낮 뉴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다 돼가니 나름의 팀워크가 생겨 속보가 뜨면 바로 처리하고, 큰 사건이 터지면 30분 내로 특보 전환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기동성뿐만 아니라 아이템별로 시청률 분석을 해 시청자들이 어떤 뉴스, 이슈를 원하는지 파악해 다음날 주제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KBS도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 기존엔 없었던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뉴스를 편성해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브리핑을 생중계하고 의학전문기자 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곁들여 내보내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 KBS 한 제작 책임자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코로나 시대 중요한 모델링을 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체득할 수 있도록 상반기 내내 이 구도를 끌고 왔다”며 “한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을 땐 정오에도 지역별로 연결해 코로나 상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덕분에 시청률이 5~6%까지 높았던 때도 있었고 평균적으로 4%대 초반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시청률이 낮은 언론사 역시 낮 뉴스를 시작한 이후 나름의 의미와 성과를 거뒀다. 원체 프라임 타임이 아닌 죽은 시간대였던 만큼 전문가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층적으로 분석한 뉴스를 내보내는 데 의미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남상석 SBS 보도본부장은 “저희 회사에 의료 국방 통일 등 전문기자들이 있는데 그동안엔 취재한 결과물이 많아도 메인 뉴스에서 1~2분짜리 리포트를 내보내는 데 그쳤다”며 “반면 낮 뉴스에선 사안을 심도 있게 다루니 시청자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줄 수 있게 됐고, 그래서인지 전문기자들 만족감도 높아졌다. 한편으론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하루에도 큐시트를 몇 번이나 뒤집으면서 실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등 뉴스 프로그램 경쟁력을 키워가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시청률에 의미를 두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욱 언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정재훈 YTN 보도국장은 “YTN이 강점을 갖고 있는 건 스트레이트 위주의 발생 기사지만 기획기사, 탐사보도 등 호흡이 긴 기사의 비중을 늘리자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며 “시청률도 시청률대로 중요하지만 채널마다 똑같은, 특징이 없는 뉴스보다는 우리 나름의 시각과 색깔을 가진 뉴스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기획탐사팀이 본격 가동해 관련 보도물을 내놓는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KBS 제작 책임자 역시 “시청률에 끌려다가 보면 자극적인 말다툼이나 그런 형태의 주의, 주장들을 나열하게 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시청률 압박이 있지도 않지만, 시청률보다 저널리즘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와 믿음, 유용성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엔 여야 정치인들이 나와서 말다툼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지나친 공방, 대립보다는 시청자들이 심층적으로 정보를 파고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 질적 변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호 TV조선 국장도 “초창기엔 생중계, 현장 위주로 갔고 한때는 패널들의 강한 의견을 보여주는 식으로 낮 뉴스를 선보였다”며 “그러나 방송사가 가져야 할 공정성과 객관성이 있기에 요즘엔 패널 간 균형을 맞추고 여러 의견을 같이 소개해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속보 역시 자극적으로 하기보다 정확성을 강조하고 있고, 앞으로도 CG, 그래픽, 패널 구성을 좀 더 고급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