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0.09.09 15:51:30
네이버와 유튜브가 언론으로 인식되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세상. 그럴수록 전통 언론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전문성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을 주기로 출입처를 바꾸는 현 시스템에서 기자들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전문기자 제도다. 특히 출입처 교체 주기가 1년 정도로 짧은 편인 지상파 방송사에선 최근 예비 전문기자 제도를 운용하는 등 기존 출입처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전문기자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가 지난해 계간지 ‘방송저널’ 9·10월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KBS에는 의학(2명)·과학(1명)·기상(5명)·법조(3명)·경제(1명)·선거방송(1명) 등 6개 분야에 13명의 전문기자가 있다. SBS는 의학·북한·국방 분야에 전문기자 1명씩을 두고 있으며 현재 의학전문기자를 추가 채용 중이다. 손석민 SBS 뉴스혁신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피해가 큰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정확한 의학 정보와 방역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게 지상파 방송뉴스의 책임 있는 역할이라 생각되어 선제적으로 의학전문기자 충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S와 SBS는 예비 전문기자 제도도 운용 중이다.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대신 내부에서 일정 자격을 갖춘 기자를 선발해 전문기자로 육성하자는 취지다. KBS는 한때 운영했던 예비 전문기자 제도를 지난해 2월 부활시키면서 경제(2명), 통일외교(2명), 뉴스편집(1명), 선거방송(1명) 등 총 6명을 선발했다. SBS도 지난해 초 예비 전문기자 제도를 처음 도입해 북한·법조·환경·보건 등 4개 분야에서 1명씩 선발했다.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취재를 희망하는 7~8년차 이상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선발하고, 2년 뒤 평가를 거쳐 전문기자 직책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예비 전문기자라고 해서 특별히 주어지는 혜택은 없다. 최소 2년은 출입처 이동에서 자유롭다는 게 특전이라면 특전이다. 윤지연 KBS 기자협회장은 “2년 이상 담당 부서에서 자리를 보전해주고, 연구나 기획 취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면 MBC에는 내부에서 전문성 있는 기자를 육성하는 시스템이 없다. 김현경 북한전문기자를 비롯해 기상캐스터 출신의 기상전문기자, 지난해 경력 채용한 데이터 전문기자 등이 있지만 처음부터 전문기자(정규직)로 선발하거나 보도국 기자들 중 발탁·육성한 사례는 없다. 의학전문기자도 2018년 이후로는 맥이 끊겼다.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기자로 ‘키우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의견과 보도국의 만성적인 인력난을 고려할 때 전문기자를 육성하는 것보다 여러 분야에서 “호환 가능한” 기자가 필요하다는 견해 등이 있다. MBC 한 기자는 “과거 전문기자 제도가 효과가 있었는지 회의적이고, (전문기자가) 출입처 논리에 쉽게 동화된 경험 등 부정적인 기억도 작용한 것 같다”며 “전문기자가 전문성이 보증된 사람이긴 하지만 과연 뉴스 시청자 입장에서도 100% 좋은 거냐, 오히려 기자의 관점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를 연결하는 역량을 키우는 게 좋지 않냐는 논리도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MBC엔 2012년 파업 이후 경영진이 ‘전문기자’라는 이름으로 계약직 대체인력을 채용하고 기존에 있던 기자들은 비보도국으로 발령내 경력을 단절시킨 ‘아픈’ 기억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 기자들 사이에선 전문기자 영입뿐 아니라 내부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병우 MBC 보도본부장은 “외부에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들여오는 전문기자 시스템은 크게 성공적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자격증은 관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자 중에 자기가 관심 있고 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SBS는 전문기자 제도가 상당히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게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이며, 그런 배경에서 이번 의학전문기자 추가 채용도 진행되고 있다. 손석민 부장은 “뉴스 시청률 그래프나 시청자 수를 보면 전문기자가 나와서 설명할 때 시청자 반응이 확실히 좋고, 홈페이지와 포털 댓글을 봐도 전문기자의 출연이나 리포트가 훨씬 많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전문기자 충원은 내부적으로 타이틀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의학전문기자 채용에서도 전문성은 물론 시청자와의 친화력, 전달력 등을 두루 감안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