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영 기자 2020.09.09 15:20:46
“이 기사는 사실 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였습니다.(조선일보)”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립니다.(KBS)” 최근 조선일보와 KBS에선 사실 관계가 불확실한 정보를 기사로 내보냈다가 다음날 사과를 하는 일이 일어났다. 신속하게 보도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각각 신문과 방송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언론사들이 오보를 내, 언론 신뢰에 타격을 입혔다는 비판적 평가가 잇따랐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자 일부 지역판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인 조민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인턴을 부탁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는 제작과정 중 최종판에서 삭제됐지만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결국 조선일보는 다음날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부정확한 기사였다며 조민씨와 독자에 사과했다. 앞서 KBS도 지난 7월18일 KBS ‘뉴스9’에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한 의혹이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가 그 다음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다고 사과 방송을 했다.
사과문 등을 살펴보면 두 언론사의 취재 및 보도 경위는 사뭇 비슷하다. 먼저 민감한 사안임에도 당사자의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무리하게 보도를 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조민씨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가 인턴 지원을 했다’는 제보를 받아 취재를 시작했고, 2명의 취재원에게서 해당 사실을 확인해 기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기사는 직접 당사자인 조민씨나, 조민씨가 만났다는 A교수에게 관련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작성된 것”으로 “당사자인 1차 취재원이 아닌, 2차 취재원의 증언만을 토대로 작성돼” 문제가 됐다.

KBS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3일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은 “이동재 기자가 구속되면서 취재팀이 영장이 어떻게 발부되었는지 취재하며, 과거 본인들이 취재했던 정황적 증거들과 유사한 영장 발부 사유가 있어 한동훈 검사의 공모에 대해 확증편향이 생긴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그날 제대로 반론권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 다만 과거 한 검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해왔던 입장을 반론 차원에서 기사에 넣었는데, 실질적 반론권이 보장되지 못해 더욱이나 파장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오보 사태에선 게이트키핑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엄경철 국장은 “토요일에는 통상 주간 국장단 중 한 명이 출근해 그날 기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데, 당직 국장 선에서 그 기사의 문제점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했다”며 “이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회부장, 사회주간, 담당 핵심 라인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을 갖고 스크린을 하고 있기 때문에 봤어야 하는데, 여러 사정이 겹쳐 제대로 걸러지지 못했다. 데스킹 과정에 오류가 분명히 존재했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게이트키핑 오류를 인정하진 않았지만 조선일보 역시 부장 승인 없이 지면 기사가 나갈 수 없기에 데스킹 실수를 부인할 순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치열한 내·외부 경쟁 때문에 의욕이 과잉돼 무리수를 둔 기자도 문제가 있지만, 해당 기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던 데스크도 문제”라며 “안에선 개인 문제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근본적으론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두 언론사의 사과문을 놓고도 많은 논란이 일었다. 취재와 보도 경위를 밝히긴 했지만 충분하지 않았고, 재발방지대책 등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신속하게 보도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선우정 조선일보 뉴스총괄에디터는 “취재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좀 더 취재를 한 이후에 사과를 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예전 같으면 조금 더 생각해봤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신속하게 사과를 한 건 사실 여부를 떠나 부정확한 기사가 초판에 찍혀 나갔기 때문이다. 조민씨나 연세대 의료원의 명예를 훼손한 건 부인할 수 없기에 우리가 신문으로서 독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과를 넘어서서 앞으로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두 언론사가 보도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인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팩트체크가 안 된 건 상당히 유감이고 독자로서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며 “엄밀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쳤어야 하는데 신속성 때문에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팩트체크 시스템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고, 그 부분에 대한 독자 요구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언론사 역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는 해당 보도가 나간 직후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고, 법조 취재 및 휴일 데스킹과 관련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조선일보는 어느 단계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며, 책임자에 대한 인사위 개최 여부까지 포함해 향후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