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0.09.09 15:10:54
‘올드미디어’인 시사주간지 편집장이 ‘뉴미디어’ 스타트업의 인턴이 됐다. 정은주 한겨레21 편집장은 지난달 18일부터 26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7일 동안 뉴닉(NEWNEEK)에서 인턴 에디터 ‘쭈’로 활동했다. 창간한 지 26년이 넘은 잡지의, 기자경력만 약 20년인 편집장이, 태어난 지 갓 두 돌이 된 매체에 무슨 볼일이 있어 인턴을 자처했을까.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를 표방한 뉴닉은 2018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개월여 만에 2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며 미디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은주 편집장은 인턴기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언론사 경험이 거의 없는 그들에겐 있고, 26년간 시사주간지를 만들어온 우리에겐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이왕이면 곁에서 보고 배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뉴닉 쪽에 공식적으로 인턴 체험을 제안했고, 뉴닉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겨레21 통권호를 발행하고 1주일을 쉬는 동안, 정 편집장은 여름 휴가를 가는 대신 뉴닉 사무실로 출근했다. 첫날은 얼마나 긴장했는지 “집에 와서 쓰러지듯이 잠들었다.” ‘무급’ 인턴 생활이었지만, 뉴닉에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주고 구성원 대부분이 개별 인터뷰에도 응해줬다. 인턴이라고 돈도 못 쓰게 했다. “밥도, 커피도 다 사주셨다.”
하지만 일에서만큼은 봐주는 게 없었다. 그가 쓴 기사 초안은 거의 “난도질을 당해서” 남아나질 않았다. “친절한 척하지만 친절하지 않은” 그의 기사를 신입 에디터가 완전히 뜯어고쳐 놓기도 했다. 기성 언론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 뉴닉에선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많은 시도를 하고, 시도를 통해 많이 깨지고, 깨져서 배우는 것”이 뉴닉의 중요한 원칙인 까닭이다.
직함 대신 닉네임으로 부르니 위계가 옅고, 편집장 없이 기사 작성은 공동 작업으로 이뤄지며, 구성원 누구라도 뉴스레터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열린 조직. 무엇보다 ‘뉴니커’라고 부르는 구독자를 언제나 최우선에 두는 맞춤형 서비스. 짐작한 것보다 격차가 훨씬 큰 조직문화를 경험한 뒤, 정 편집장은 큰 과제를 떠안았다.
그래서 그는 기자들에게 전체메일을 썼다. “뉴닉도 12명, 우리도 나 포함 14명이다. 조직 크기도 다르지 않고 하니 해볼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다. 슬랙(Slack) 같은 협업 툴을 사용한다거나 구글 독스를 이용해 발제 내용에 대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코멘트를 많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기사를 더 쉽게 쓰는 것도 고민이다. 팩트체크나 뉴스AS 같은 것들을 고민 중이다. 뉴닉과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볼 생각이다. 좋은 경험, 좋은 기억이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