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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작성자 해고 무효에... MBC본부 "다시 엄정한 법의 판단 요청"

언론노조 MBC본부 "블랙리스트, 경영진이 저지른 불법행위의 연장선"

최승영 기자  2020.09.07 20: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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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기자 등을 '친노조' 성향에 따라 분류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해고됐던 MBC 전 카메라 기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당시 경영진의 노조탄압과 불법행위의 맥락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우리는 다시 엄정한 법의 판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윤승은)는 MBC 카메라 기자였던 권모씨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권 기자에 대한 MBC의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해고당하지 않았더라면 받았을 임금을 권 기자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권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MBC의 손을 들어줬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는 지난 2017년 9월 기자회견에서 회사가 소속 촬영기자들을 회사 충성도 및 노조 참여도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권 씨는 이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한 인물로 지목됐고 MBC본부는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소했다. 사측의 인사위원회를 거쳐 이듬해 5월 권씨는 해고됐고 이후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권씨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복무질서를 어지럽힌 점’, ‘블랙리스트 문건에 기초해 작성한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보고한 점’,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명예훼손‧모욕죄를 저지른 점’ 등 3가지 중 인사권자에게 보고한 점은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나머지 두 건의 징계 사유만으로도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권 기자에게 책임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권 기자가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부분도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해고 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권 기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MBC 노조에 반하는 성향을 가진 선배 카메라 기자 2명과 문건 내용을 공유했을 뿐 그 외에는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문건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전달 행위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문건을 작성해 복무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징계사유만으로는 고용관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위 행위의 정도가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7일 해당 판결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에서 “권씨의 블랙리스트는 무엇보다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자유와 독립성이 생명인 언론사에서 만들어져선 안 될 것이었다. 언론자유를 저해한 악질적인 행위였음은 물론이고, 구성원과 조합에 크나큰 해악을 미친 사건”이라며 “2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개인의 일탈 행위로 보면서, 오히려 권씨가 동료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기술했다. 백번양보해도 이건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꾼 납득할 수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아울러 “문건은 권씨 혼자 작성하고 혼자 보관만 한 문건이 아니었다. 이 문건은 당시 ‘회사 정책에 충성하는’ 이들에게 전달됐다. 단지 외부에 들키지 않았을 뿐, 사실상 특정집단 안에서 블랙리스트는 공유되고 있던 셈”이라며 “문건이 분류한 대로 친노조 성향인 직원들은 ‘유배’되거나, 주요 부서에서 쫓겨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씨의 블랙리스트도 조합과 조합원들을 탄압하기 위해, 경영진이 저지른 수많은 불법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던 것”이라며 “일개 사원 신분이던 권씨는 동료 선후배들의 ‘인사이동안’을 작성해 부국장급 인사권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MBC본부는 “우리는 다시 엄정한 법의 판단을 요청한다”며 “MBC 전사적으로 작성됐던 블랙리스트의 실체, 경영진의 조합원에 대한 낙인찍기와 불법행위의 맥락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개인의 일탈과 뒤늦은 사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면 제2, 제3의 블랙리스트가 또 탄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7년 MBC에선 보도국 카메라 기자 65명의 성향을 분류해 등급을 매긴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폭로된 바 있다. ‘친노조’ 성향을 기준으로, 최하인 4등급(‘X’로 분류)은 ‘파업 주도 계층’, 바로 위인 3등급(‘△’로 분류)은 ‘노조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로 구분됐는데, 실제 이들 상당수는 본업인 영상기자 업무를 박탈당하고 보도 부문 밖으로 밀려나거나 승진 인사에서 합당한 이유 없이 배제됐다. 이는 전임 경영진 시기 MBC 안에서 자행된 노동조합 탄압의 결정적 증거이자 파업 투쟁의 도화선으로 거론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