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발발 후 우리가 뉴스 안팎에서 가장 많이 접해온 단어는 ‘확진자’가 아닐까 싶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 확진자가 전날 대비 235명 늘어난 2만182명이라고 밝혔다” 같은 문장을 우린 매일 마주한다.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명사는 “질환의 종류나 상태를 확(確)실하게 진(診)단받은 사람(者)”을 뜻한다. 나는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걸 앗아가고 있고, 우리가 반복 사용하는 언어가 이를 가속하는 데 일조하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길 하는 중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확진자’란 단어는 의외로 좀 특수한 용례다. 영미권 언론에서 코로나19 신규 발생엔 ‘case’란 단어가 활용된다. 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는 “지난주 5만3000건의 신규 사례(53,000 new cases in the past week)” 같은 표현이 쓰였다. 독일최대 일간지 베스트도이체 알게마이네 차이퉁(WAZ)에선 “코로나바이러스로 알려진 19가지 급성 감염(19 bekannte akute Infektionen mit dem Coronavirus)”, “1174건의 확인된 코로나 사례(1174 bestätigte Corona-Fälle)” 등이 보인다. 중국에선 ‘病列(병례)’, 즉 ‘병의 사례’란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신규 확진자 00명이 발생했다’고 하고, 외국언론은 ‘신규 감염 사례가 00건 발생했다’고 한다는 뜻이다.
이 차이에 의미가 있나. 나는 그렇다고 보는 쪽이다. 일단 ‘확진자’란 단어로 코로나19가 다뤄지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감염병=사람’으로 등치시키는 인식을 강화할 소지가 있다. 이 방식은 감염병을 ‘사람’이나 ‘사람 수’를 통해서만 드러내기 때문이다. ‘발병 사례가 몇 건’이란 언어사용과 비교해 이는 타인의 존재 자체를 병으로 느끼는 인식을 공고히 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서 사용하는 ‘感染者(감염자)’와 비교해도 ‘확진자’란 단어는 우려스럽다. ‘감염자’가 ‘자의와 무관하게 걸렸다’는 뜻을 내포한다면 ‘확진자’는 ‘의료당국 등이 공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코로나19가 대유행을 목전에 두고 방역이 최대 이슈가 된 상황에서 이는 한가한 얘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태를 겪은 후 우리가 어떤 종류의 인간이 돼 있을지, 그때 우리가 마주한 공동체가 어떤 풍경일지를 떠올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코로나19 국내 발병 후 총 324명(1일 오전 기준)이 목숨을 잃었다. 기백명이 숨진 희대의 재난인데도 사회적 추모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동선을 거짓말 한 확진자’ ‘마스크 없이 여행한 확진자’ ‘이 국면에 집회를 주도한 확진자’의 존재는 언제고 끼어들어 우리를 절망, 분노케 한다. 우린 불안·증오를 얻었고, 공동체의식·인류애를 잃고 있다. 재난 후 우리가 마주할 세상은 바로 그 때문에 재난보다 무서워질지 모른다. 그 근간에서 습관적으로, 관행적으로 사용돼 온 언어들이 우리 공동체를 조금은 더 황폐하게 했을 가능성은 높다.
부산 47번째 확진자였던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최근 코로나 후유증 투병기를 통해 ‘확진자’ 대신 ‘환자’를, ‘완치자’ 대신 ‘회복자’를 쓰자고 주장했다. 무엇이 최선인진 확언할 수 없지만 이 제언이 우리 언론들이 개선하는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그 사소한 고민과 미약한 첫발이야말로 어쩌면 언론이 ‘이후 우리’를 위해 해야할 최소한의 의무일 게다. ‘언어’로 ‘공동체’에 공헌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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