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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정보전달 넘어… 동물 콘텐츠, 다음 단계는

[동물 버티컬, 첫 출범한 지 3년여]
사업 접목해 수익 낸 사례 있지만
이슈 확장, 지속 가능성 고민 여전

최승영 기자  2020.08.26 14: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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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영상을 이길 콘텐츠는 무엇일까. 동물 아이템을 내세운 국내 언론사들의 버티컬 매체가 출범한 지 3년, 그간 가장 큰 고민은 이 문장으로 수렴된다. 시장반응과 각자 지향을 고려해 노선, 노하우를 확립하고 레거시미디어 안팎에서 고유한 영역을 구축한 게 현재다. 수익을 내는 사례도 나오지만 확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진행형이다.


레거시미디어가 내놓은 대표적인 ‘1세대’ 동물 버티컬 매체는 한국일보·네이버의 조인트벤처 ‘동그람이’와 한겨레신문의 ‘애니멀피플’이다. 지난 2017년 8월 창간돼 이달로 만 3년을 맞은 양 매체는 같은 소재를 다루지만 콘텐츠 성격과 매체 지향은 퍽 달랐던 경우다. 네이버 ‘동물공감’판을 운영하는 ‘동그람이’는 언론사보다 콘텐츠기업으로서 행보를 보여왔다. 한국일보 내 팀으로 존재하던 시기 ‘동물권’으로 대표되는 경성 뉴스가 메인이었다면 기자 4명, 영상PD 3명 등 16명으로 규모가 확대된 현재는 연성 콘텐츠가 주요하다. ‘반려동물’에 집중하고, 양육 솔루션·관련 법 소개 등 올바른 정보전달에 치중하는 식이다. “바람직한 반려문화를 만드는 건 유쾌함”이란 지향 아래 영상과 사진을 적극 콘텐츠화 해온 것도 특징이다.


동물을 주요 소재로 삼은 언론사 콘텐츠, 버티컬 매체의 사례. (왼쪽부터) 한국일보-네이버 조인트벤처 ‘동그람이’가 운영하는 네이버 ‘동물공감’ 판, 한겨레신문 ‘애니멀피플’ 인스타그램 페이지, SBS ‘TV동물농장’의 해외시장을 겨냥한 유튜브 채널 ‘Kritter Klub’, 중앙일보 사회기획팀의 유튜브 콘텐츠 ‘애니띵’ 캡처 등.

김영신 동그람이 대표는 “‘유기동물 근절’, ‘개고기 먹지말자’처럼 모든 언론이 다루는 걸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봤다. 동물학대 고발 콘텐츠도 일주일에 한두꼭지 씩 일부러 내고 이슈 추적은 하지만 우린 언론사가 아니지 않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포털 버전으로 보면 된다”며 “콘텐츠 이용자를 ‘힐링을 찾는 사람들’과 ‘정보를 찾는 사람들’로 보고 바른 정보전달에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킬러 콘텐츠는 웹툰이다. 재미와 더불어 반려동물을 키우며 일어나는 사건, 느낌을 전하기 좋은 방식으로 보고 서울시와 3년째 동물웹툰 공모전을 열었고, 유명작가 초대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겨레신문 ‘애니멀피플’은 정통 ‘동물 저널리즘’에 기반한 노선을 취해왔다. 지난해 영업허가까지 받아 반려견 경매장을 취재하고, 펫숍·생산공장으로 이뤄지는 반려동물 산업구조를 낱낱이 드러낸 탐사보도가 매체 지향을 잘 드러내는 사례다. 상어나 고래 등 야생동물의 생태, 행동을 다룬 보도도 단골메뉴다. 영상PD를 둔 적도 있지만 현재는 기자 4명이 매체를 꾸리고 있다. 영상보다는 텍스트에, 조회수보다는 언론사로서 역할에 방점을 뒀다.


박현철 애니멀피플 편집장은 “‘반려동물’이나 ‘개고기’ 이슈에 동물뉴스가 머무는데 매체들이 더 다양한 이슈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동물에서 시작하면 기후나 환경문제로 확장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인간의 문제가 된다. 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어야 인간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걸 연결해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확장 속도가 더뎌 고민이다. 페이스북 도달률이 떨어지던 차 대학생들에게 컨설팅을 받았고 동물학대 기사라 해도 노골적인 사진보다는 자료사진 사용 등 톤 조절을 제안받아 인스타그램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영상을 비롯해 여러 콘텐츠를 같이 하면 좋은데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들 매체의 유지는 ‘동물 콘텐츠’의 경쟁력과 필요성을 확인해주는 사례다. 실제 동그람이의 SNS 구독자 수는 지난 12일 기준 페이스북 16만7319명, 인스타그램 7만4400명, 유튜브 6140명 등이다. 네이버 ‘동물공감’판 구독자 수는 200만명 가량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억4000만원의 당기순익을 거두기도 했다. 애니멀피플은 페이스북 6829명, 인스타그램 1만3400명, 유튜브 3830명이었다. 특히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 자주 걸리는 야생동물 기사 등은 매우 폭발력 있는 콘텐츠로 꼽힌다.


‘반려동물’, ‘동물과 연관된 사회 이슈’, ‘거대 포유류 생태’ 등은 동물 콘텐츠 중에서도 인기소재로 꼽히지만 동물 관련 TV프로그램을 방영해 왔고 애초 영상을 다뤄온 방송사 동물 콘텐츠는 아예 다른 차원의 파급력을 보인다. 지난 2017년 론칭한 SBS ‘TV동물농장’의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의 구독자수는 18일 현재 337만명(출처: 소셜블레이드)이고, 지난해 5월 해외 구독자를 대상으로 오픈한 채널 ‘Kritter Klub’의 구독자 수는 362만명이 넘는다. 각각 ‘전 세계 유튜브 동물 콘텐츠 부문’ 18위, 16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SBS가 매달 거두는 평균 수익도 수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말 SBS는 국내 리조트 사업 1위 기업과 반려동물 파크 사업 관련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약 4개월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 ‘KBS동물티비:애니멀포유’ 역시 현재 11만3000명의 유튜브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TV동물농장’의 경우 ‘스토리텔링’을 담은 동물영상이란 방법론으로 오랜 기간 고정팬을 확보해왔다. 국경이나 언어의 장벽이 낮고 인간보다 오히려 감정 이입이 쉬운 동물이란 존재에 스토리텔링이 결합했을 때 파생되는 콘텐츠 파워는 ‘Kritter Klub’에 업로드된 여러 사례에서 확인된다. 지난해 3월 ‘앞을 못 보는 새끼 고양이가 엄마를 볼 수 있도록 치료해주는’ 12분 남짓의 영상은 18일 현재 7700만회 넘게 재생됐다.
최근 들어 언론계에선 후발주자들의 참여도 나온다. 중앙일보 사회기획팀 기자 5인과 비디오팀 2인은 지난 4월부터 매주 1건씩, 기존 업무와 병행하며 동물 관련 디지털 콘텐츠 ‘애니띵’을 제작하고 있다. <“촬영위해 밥 굶겼다”...유튜버 감수목장 목표는 대형 동물병원>은 사내 유튜브 영상 중 상반기 최다 조회수(54만)를 기록하기도 했다. 천권필 중앙일보 기자는 “기사와 영상을 상호 보완재로 쓰고 있다. 아이템 선정 시 ‘이슈가 되는지’ ‘스토리가 있는지’ ‘영상으로 구현 가능하고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는지’를 따져 결정한다”며 “대벌레 창궐을 다룬 텍스트 기사가 조회수 200만을 넘었고, 100만 이상의 기사가 5~6개정도였는데 아직 본격 활성화 되지 않은 유튜브 채널로 독자를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극적인 콘텐츠로 이목을 끌기보단 레거시미디어 역할에 집중해 중앙일보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는 게 현재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