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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언론보도에 시정명령? 언론중재법 개정안, 위헌소지 비판

[시정명령 불응시 과태료 3000만원]
언론3단체 "사법부 판단 있기 전에 언중위가 허위보도 여부 판단하고 문체부 장관이 시정명령… 위헌적"

김고은 기자  2020.08.19 14: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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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허위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응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6월 발의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법안에 이은, 일명 ‘가짜뉴스 퇴치’ 법의 일환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언론사 등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의 사실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을 했음이 명백한 경우” 언론중재위원회 요청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해당 언론사 등에 시정명령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 기한도 해당 언론 보도를 인지한 날부터 1년 이내(현행 3개월), 해당 언론 보도가 나온 날부터 2년 이내(현행 6개월)로 늘렸다. 정청래 의원 등은 이 법안 취지를 “언론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기존의 제도가 있음에도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가 직접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것은 과잉규제이자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3단체는 “사법부의 판단이 있기 전에 언론중재위가 허위보도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문체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사법부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며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폐기돼야 한다는 의견을 문체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학계에서도 “적절하지도 않고 현실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정부가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고 실제로 정부가 언론중재를 신청한 사례가 다수 있는데, 중재의 당사자인 정부(문체부 장관)가 부당하게 행정권을 발동해서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7년 4월 주호영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을 때 지적된 문제와도 상통한다. 당시 법안을 검토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은 “언론에 대한 사후 검열 및 언론자유침해 문제가 제기될 여지도 있다”며 “현행법의 목적이나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에 비추어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준사법기구인 언론중재위는 이미 국가·사회적 법익 또는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 서면으로 시정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시정권고 건수는 총 1288건으로, 2017년 이후 매년 1000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조치이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언론사들은 대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청래 의원 법안대로라면 이 중 일부 또는 상당수가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이번 개정안엔 이의제기나 재심 청구에 관한 조항도 없다. 게다가 방송의 경우 이미 방통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행정제재는 물론 법정제재까지 받고 있어 이중 제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행정권 오남용을 방지하면서도 잘못된 보도에 대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방안은 없을까.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전공 겸임교수는 <방송문화> 여름호에 실린 ‘미디어혁신기구 의의와 전망’이란 글에서 “자율과 협치, 신속한 피해구제”를 강조했다. 심 교수는 “보도기능을 가진 매체(신문과 방송, 인터넷까지)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오보와 보도 피해구제를 위한 분쟁조정기능을 갖추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독자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에서 오보나 악의적 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보도 피해구제 분쟁을 처리하고, 여기서 나온 결론에 맞게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피해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1차적으로 자율규제를 제도화하고, 그래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으로 넘기자는 것이다. 허위조작정보와 관련해서도 심 교수는 “뉴스 생산자의 윤리적 기준과 책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자율적으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행정규제를 통해 이를 바로잡는 절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