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0.08.12 15:46:29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한 지난 3월31일 MBC 보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주장에서 시작된 이른바 ‘권언유착’ 논란의 후폭풍이 길어지고 있다. 애초에 문제를 제기한 쪽인 권경애 변호사가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한상혁 위원장 역시 적극 해명에 나서면서 사실관계가 바로잡히는 듯 보였으나, 일부 발언과 정황만으로 권언유착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발단이 된 건 권 변호사가 지난 5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권 변호사는 이 글에서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통화 대상에 대해선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퍼가지 말라. 소송 걸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은 곧 삭제됐지만 같은 날 저녁 조선일보가 이를 기사화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조선은 “해당 글이 헌정 사상 두 번째이자 15년 만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할 만큼 중대 사안으로 번진 ‘검·언 유착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중요 증언이라고 판단, 공익적 차원에서 이를 보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신문 1면 머리기사와 사설 등에서도 관련 내용을 전하며 “이번 사건이 그간 여권이 주장한 ‘검·언 유착’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 검사장을 내쫓는데 정권 핵심 관계자까지 연루된 ‘권·언 유착’임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5면 〈“고위 인사, MBC 뉴스 직전 한동훈 보도 나갈 거라 전화”〉란 제목의 전면기사에서 “문제는 한 위원장이 권 변호사에게 한동훈 검사장을 언급하며 전화를 했던 시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연기한 뒤라는 점”이라며 “권 변호사 발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 위원장은 채널A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에 대한 MBC 보도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재승인 보류 결정을 내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의 주장 중 상당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상혁 위원장이 6일 공개한 당시 통화기록에 따르면 권 변호사와 통화한 것은 MBC 보도 직전이 아니라 MBC 보도가 나간 지 1시간 이상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 위원장은 통화내용 또한 MBC 보도와는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 역시 이날 다시 페이스북에 글<사진>을 올려 “3월31일 제가 한상혁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간은 오후 9시경이 맞다”고 인정했다. 한 위원장이 MBC 보도를 사전에 인지했다고 볼 근거가 없어진 셈이다. 권 변호사는 6일 조선, 중앙 보도가 나간 뒤 한 위원장에게 “실수했다, 미안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한 위원장이 통화 도중 “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 “한동훈은 나쁜 놈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권언유착의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한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과 보수 성향 매체들은 이를 근거로 권언유착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10일 방통위법 및 방송법 위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한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발언 내용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 기법을 보며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쫓아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조선, 중앙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