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기자 2020.08.12 15:42:28
기자들의 비판 성명을 촉발한 곽병찬 논설고문의 칼럼과 관련해 서울신문 기자들이 11일 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와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편집분회가 이날 개최한 총회에는 기자 30여명이 참석했다. 류지영 서울신문 지회장은 “총회에서 회사에 어떤 요구를 할지 입장이 명확히 모아졌다”며 “현재까지 나왔던 기자들의 성명 내용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의견들이 나왔다. 향후 관련 입장문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기자총회는 지난 6일자에 실린 곽 논설고문의 <광기, 미투를 ‘조롱’에 가두고 있다> 칼럼에서 비롯됐다. 곽 고문의 칼럼은 지면에 실렸지만 기자들의 문제 제기로 온라인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곽 고문은 해당 칼럼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의 “피해자를 의심하는 건 책임 전가이자 2차 가해다” 발언에 대해 “의심해서도 안 되고, 문제 제기해서도 안 되며, 그저 믿고 따르라니, 어처구니없었다. 1970년대 긴급조치가 부활했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포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고소장 문건’에 대해선 “누가, 구술 정리 전달했고, 누가 인터넷에 올렸는가. 고소인의 진정성을 지키려면 기획의 가능성이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문을 해명해야 한다”며 “신속한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고소인의 핸드폰을 수사기관에서 포렌식해 증거를 찾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 5일 사장(발행·편집인), 논설실장, 수석 부국장 등이 참석한 제작 회의에서 논설실장은 “곽병찬 칼럼 원고가 편집국 취재 방향이나 논설실의 사설 방향과는 맞지 않지만 싣기로 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판에 실린 곽 고문의 칼럼을 확인한 기자들은 칼럼 내용이 2차 가해 문제와 사실에 어긋난 부분 등이 있다며 지면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후 해당 칼럼은 초판에 있던 내용 중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2차 가해 위험이 있는 대목이 수정된 채 최종판에 실렸다.
곽 고문의 칼럼이 지면에 실리자 서울신문 사내게시판에는 지난 6일 사회부 시경캡의 개인 성명을 시작으로 지난 7일 50·51·52기 기자들의 기수 성명, 법조팀장의 성명이 잇따라 나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곽 고문의 칼럼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 내용과 고소장 유포 경위, 피해자 휴대폰의 디지털포렌식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쓴 대목이 있고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했던 서울신문 보도 방향과 맞지 않다며 사장과 논설실장, 편집국장에게 해당 글을 싣게 된 경위 설명 등을 요구했다.
문소영 논설실장은 지난 7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입장문에서 “편집국의 반대를 이유로 칼럼을 몰고하는 것은 과거의 여러 사례를 고려할 때 서울신문에 ‘또다른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칼럼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당시 휴가 중이었던 안미현 편집국장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사장, 제작이사, 논설실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10판 수정본도 문제가 있으니 내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분명히 개진했다”며 “(칼럼을) 내리자고 주장한 까닭은 이 칼럼이 미투사건 보도에 있어 서울신문 편집국과 논설실이 지향해온, 그리고 지키려 노력해온, 피해자 중심주의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자들은 곽 고문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51기는 <‘그 지면’보다, 뒤처리가 더 부끄럽습니다> 제하의 성명을 통해 “곽 고문은 (2차 가해성 내용, 사실관계가 틀린) 대목을 쓰게 된 경위와 의도를 명확하게 조속히 해명해달라”며 “칼럼 내용과는 별개로 당일 저녁 칼럼 수정 등을 요청하기 위한 편집국의 연락을 받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끼친 점에 대해서도 규탄한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