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방송의 사장 선임 문제가 일단 눈앞에 닥쳤던 파국은 가까스로 모면한 채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파업을 불사한 CBS 노조측의 반발 속에 재단이사회의 서면 결의 절차와 서면 투표가 모두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장 선임에 대해 재단이사회와 노조 사이에는 아직도 큰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를 둘러싼 양측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돌이켜보면 사장 선임 문제로 CBS는 유례없는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언론사 노조 가운데 사상최대 기록인 9개월에 걸쳐 파업을 진행했고, 노조는 그 성과로 사장 선임에 있어 민주적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같은 정관 개정의 합의는 그 결과에 이르는 길이 험하고 힘들었던 만큼 더욱 빛나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더 존중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차상의 문제점까지 드러내며 진행된 재단측의 사장 선임 서면투표는 단순한 합의정신 위배를 넘어서 상대방인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무리수였음이 분명하다.
노조의 입장을 충분히 안다고 하면서도 노조가 결사 반대하고 있는 권호경 전 사장의 3연임을 추진하는 것 역시 무리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노조측은 재단이사회의 무리수가 표용은 재단이사장과 권 전 사장의 사욕 때문이라며 합의안이 묵살된 데 대한 심한 배신감까지 표출하고 있다. 만약 특정 개인의 명예회복이나 자리 욕심을 위한 무리수라면 이는 기독교방송 전체를 희생물로 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방송은 시청자와 청취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올바른 소리를 위해 노력해 온 기독교방송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직도 많은 청취자들은 군부독재 시절 온갖 탄압과 억압속에서도 올곧은 목소리를 내온 기독교방송을 기억하고 있고, 그러기에 기독교방송을 더욱 사랑한다. 9개월 가까이 방송현장을 떠났던 CBS 구성원들 역시 이같은 마음으로 청취자들의 곁을 떠나야했던 아픔을 달래지 않았는가. 따라서 파업을 마무리하며 양측이 합의했던 원칙의 중요성은 다시 한번 강조해도 될 것 같다. 재단이사회가 기독교방송이 존재할 이유에 대해 곱씹어 고민해본다면 순리와 상식이 무엇인지는 자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