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MBC에 여성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관행 시정을 권고한 가운데 대전MBC에 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18일 서울 상암동 MBC와 대전 유성구 대전MBC 사옥 앞에서 ‘국가인권위 권고안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대전MBC 아나운서의 채용 성차별 문제는 성별에 근거해 특정 성별의 노동자를 불리한 조건의 직무나 고용형태로 배치하는 ‘성별분리채용’의 문제를 공론화한 한국 사회 최초의 사례”라며 “대전MBC는 인권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여 현직에 있는 유지은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1년여 동안 유 아나운서가 부당업무배제와 사내 고립으로 고통받은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6월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를 포함한 여성 아나운서 2명은 대전MBC를 상대로 인권위에 채용 성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남성은 정규직 아나운서로, 여성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채용해 여성 아나운서가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임에도 임금, 연차휴가, 복리후생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인권위는 지난 17일 진정 내용이 차별행위임을 인정하며 대전MBC에 △성차별적 채용 관행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 권고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 업무를 수행한 여성 아나운서 2명 정규직 전환 △인권위 진정을 이유로 한 불이익에 대한 위로금 500만원 지급 등을 권고하는 결정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조사 결과 대전MBC가 1990년대 이후 채용한 정규직 아나운서는 모두 남성이고 1997년부터 인권위 진정이 제기된 시점까지 채용한 15명의 계약직 아나운서와 5명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모두 여성이었다”며 “결원이 된 아나운서 보직에 여성이 필요한 경우 계약직 또는 프리랜서로, 남성이 필요한 경우엔 정규직으로 고용형태를 달리해 모집하는 등 이미 모집 단계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고용형태를 달리했다. 이는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적 채용 관행의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어 “진정을 제기한 여성 아나운서들의 업무 내용은 형태만 프리랜서일 뿐 사실상 근로자로서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여성 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전환해 채용할만한 합리적 사유가 없다고 봤다”며 “오히려 여성 아나운서의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다시 프리랜서로 고용형태를 전환한 것은 여성은 나이가 들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여성 아나운서들을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고 손쉽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성차별적 채용을 유지했다”고 적시했다.
유지은 아나운서는 대전MBC 사옥 앞 기자회견에서 “인권위에 채용 성차별 문제를 제기했던 2019년 6월18일로부터 딱 1년이 지났다. 지난한 1년의 무게를 생각하기에 앞서 분명한 결과를 받아들게 돼 우선 너무도 기쁜 마음”이라며 “51페이지에 달하는 결정문을 읽어 내려가는데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진정인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 부분을 눈에 담을 때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고 ‘진정을 이유로 한 불이익에 대한 판단’이라는 항목을 보면서는 다시 울분이 터져 나왔다. 처음엔 정규직 전환을 위한 채용 성차별 문제로 시작했지만, 사측의 괴롭힘, 불이익이라는 내용이 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여전히 인권위 결과는 무시할 것이니 소송으로 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판결문만큼이나 상세한 결정 이유가 담긴 결정문을 보고도 소송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여성 아나운서를 그저 짓밟고 괴롭히겠다는 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대전MBC가 인권위 권고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끝까지 외치고 싸우겠다”고 했다.
인권위 결정과 기자회견 요구 내용에 대해 대전MBC는 “성차별적 채용 관행이라는 인권위 판단이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성별 채용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하겠지만, 권고사항 중 정규직 전환 부분은 수용은 어렵다. 방송 진행을 정규직 업무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한 인권위 결정문 부분 때문이다. 근로자 지위에 대한 다툼의 소지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