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때 기성세대와 20대들이 확 갈라지지 않았나. 그거랑 같다고 보면 된다.”
KBS 보도본부 내부의 신뢰와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취재와 보도, 인사에 관해 보도본부 수뇌부와 현장 기자들 간의 인식차가 크고, 상호 소통도 거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파업과 정상화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는 문제의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근로자 과반노조’가 된 것을 기념해 지난 8일 발행한 노보에서 ‘노조와 동갑내기’인 88년생 조합원들과의 좌담 내용을 전했다. 늘어난 조합원 수와 권한에 비해 노조가 사측 견제 등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는데, 특히 입사 7년차 기자는 “보도본부는 지난 1년 동안 내부 갈등이 정말 극에 달한 상태”라고 전하며 “이럴 거면 왜 파업을 했으며 노조가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보도본부 분위기가 악화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10월 있었던 이른바 ‘알릴레오 사태’였다. 당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검찰과의 유착’ ‘인터뷰 왜곡’ 의혹을 제기한 직후 “허위 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던 KBS는 하루 만에 외부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를 계기로 법조팀장, 사회부장, 통합뉴스룸(보도국) 국장이 줄줄이 교체됐다. KBS 기자의 말을 빌리면 “법조팀은 산산조각이 났”고, 기자들은 외부에서 엄청난 비판과 공격을 받아야 했다. 이때 임명된 사회부장은 지난 3월 KBS 법조팀의 정보보고 내용 일부를 KBS 출신 뉴스타파 기자에게 전달해 반발을 사고도 두 달 뒤 사회재난주간으로 영전했다. 당시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냈던 법조팀 기자들은 “평기자들의 문제제기에 귀를 닫겠다는 수뇌부의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성명에 대한 반대 목소리 또한 있었지만, “바탕에는 그간 쌓여온 선후배간 신뢰 훼손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노조의 분석이다. KBS본부는 지난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검찰 보도에 대한 입장 등이 핵심인 만큼 이에 대해 기탄없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서는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 보도와 관련해 검찰에 의존하는 관행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공감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필이면 왜 지금?”이라는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국 전 장관부터 윤미향 의원까지, 공교롭게도 ‘정부여당’과 관련해서 논란이 잦았고, 이런 사안들에 대한 보도본부 수뇌부의 접근 방식이 ‘친정부적’ 혹은 ‘친여당적’이라는 평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KBS 한 기자는 “많은 의문과 의심들이 여러 사건을 거치며 ‘확신’으로 굳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필모 전 부사장의 ‘여당행’은 결과적으로 ‘나쁜 선례’로 남았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국 이러려고 파업한 거였나” 하는 배신감 또는 회의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KBS본부는 ‘KBS 정상화’를 위해 142일간의 최장기 파업을 벌였다. 고대영 사장이 물러나고 양승동 사장 체제가 들어섰으나, 2년여가 지난 지금 시점에선 “사람만 바뀌었지 바뀐 게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비슷한 시기 ‘정상화’ 투쟁을 벌인 다른 언론사도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말 보도국장 임명 동의 투표가 두 차례 부결되는 등 혼란을 겪은 YTN도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등 소통 부재 문제가 원인의 하나로 지적됐다.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은 지난해 말 취재제작시스템 개선을 공언하며 “내부 구성원들과 많은 소통과 토론”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도본부에선 기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토론회 등을 기획하고 예산까지 배정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보류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명 본부장은 8월 초 취임 1년을 맞고, 단체협약에 따라 중간평가 대상이 된다. 이번 중간평가는 두 번째 임기의 반환점을 돈 양승동 사장 체제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에 더해 보도본부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신뢰 회복 정도를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