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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서글픈 역설

장유진 기자  2002.10.02 13: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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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진 내일신문 행정팀 기자





‘248명중 59명 사법처리….’

때아닌 ‘조폭과의 전쟁’을 통해 잡아들인 ‘주먹’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전국 248개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98년부터 지금까지 부정부패로 기소된 사람을 집계한 결과가 이렇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도 직업이라고 치면, 유사이래 합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중 이렇게 높은 범죄율을 보이는 경우는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질서를 유지해야 할 사람들이 이렇게 사회질서를 유린하고 있다는 역설은 우리를 정말 서글프게 한다.

또다른 역설이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동안 감사원, 행정자치부, 국회, 지방의회, 청와대 등으로부터 모두 2만2874회에 이르는 감사를 받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감사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토록 많은 시달림을 받는 곳이 또 있을까. 동시에, 이렇게 들들 볶는데 어떻게 또 부정부패를 저질러 네명중 한명이 사법처리될 수 있을까.

부정부패가 많아서 감사를 많이 할 수밖에 없든, 감사를 해도 헛점이 많아 부패의 소지를 없앨 수 없든, 무슨 이유에서이든 이는 분명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국회의원은 우리를 혹사시키지 마라. 국정감사 폐지하라!”

전국 지자체 말단 직원들은 지금 무척 화가 나 있다. 실속없는 각종 감사로 자기들만 고생하는 데에 화가 난 것이다. 이들은 또다른 이유에서 화가 나 있다. 비리는 단체장들이 다 저지르는 데 정작 단체장들은 사법처리가 되지 않는 이상 징계를 받을 수 없고, 결국 애꿎은 자신들만 당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시키는대로 결재했는데 왜 나를 내쫓느냐”는 한 비리연루(?) 공무원은 분명 이유있는 변론을 한 것이다.

책임을 따져보자. 민주화의 적자(嫡子)중 하나인 지방자치제가 이렇게 된 것은 누구 책임일까. 우리는 과연 이같은 상황에서 한발 빠진 구경꾼이 될 수 있을까?

며칠전 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한 공무원과 저녁을 겸해 토론을 벌였다. 토론이라기 보다는 훈계였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때 이 공무원은 나에게 “정말로 지자체를 감사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지방의원과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자들이다. 단체장이랑 술이나 먹으러 다니지 말고, 공보과 직원이나 씀직한 기사 쓰느라 시간 허비하지 말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라.일년에 8000번이나 감사받느라 고생하는 말단 공무원을 생각해서라도 할 것은 하라”고 일갈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나는 가슴속 한구석이 뜨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