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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도 음악도 없는 경기, 기자도 낯설고 신기

[무관중 경기, 일하며 체감하는 기자들]
프로야구 개막전, 각국 매체 몰려와
무관중 시대의 서비스, 중계 기술 등
경기 외적으로 취재영역도 넓어져

박지은 기자  2020.05.13 14: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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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무관중 경기로 리그 일정을 시작했다. 스포츠 팬들의 함성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 없이 긴장감과 적막함이 감도는 경기장. 스포츠 담당 기자들은 이 낯설고 새로운 프로 스포츠 현장을 몸소 느끼고 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개막전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외신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고 전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커진 덕이다. 지난 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을 취재한 유병민 SBS 기자는 “9개국, 17개 매체가 개막식에 왔다. 야구는 축구와 달리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정도만 하는 스포츠라 그간 외신에서 주목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야구 리그가 없는 중동, 유럽 국가의 외신들도 개막전을 취재했다”며 “한국이 코로나19를 뚫고 프로 스포츠를 시작한다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야구 취재 11년째인데 색다른 풍경”이라고 했다.


/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지의 스포츠 리그는 멈춰있는 상황.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한국 프로야구 리그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하고, 프로축구도 온라인으로 전 세계 중계되며 한국 스포츠는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국 야구 특유의 ‘빠던’(빠따 던지기) 문화가 집중 조명을 받고 미국 야구 팬들 사이에서 NC다이노스가 인기를 끄는 것도 색다른 광경이다. 장강훈 스포츠서울 기자는 “미국에서 한국 프로야구 경기가 재밌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다. ESPN 기사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도 전통만 고수하지 말고 흥미로운 한국 야구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며 “한국 야구는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축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국만의 흥 많은 스포츠가 전 세계로 수출돼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응원, 관전 문화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취재는 각 프로스포츠연맹이나 구단에서 마련한 엄격한 방역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기자들은 하루나 이틀 전 사전 신청 없이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마스크 착용과 발열 검사, 문진표 작성은 물론 선수 접촉도 제한돼 있다. 선수와 감독 인터뷰는 정해진 장소, 시간에만 가능해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이 선수들과 자유롭게 인터뷰했던 일들은 먼 이야기가 됐다. 프로야구를 담당하고 있는 류재민 서울신문 기자는 “경기장 입구를 한군데로 통제해 처음 가본 창원, 부산 경기장 입구를 찾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기자실 안에서 기자들끼리 띄어 앉기를 실천하는 것도 인상적”이라며 “예전에는 경기 내용, 선수 위주로 취재를 했는데 무관중 시대를 대비하는 서비스, 중계 기술 등 경기 외적인 부분으로 취재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관중 없는 경기를 지켜보며 기자들도 스포츠 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개막전을 취재한 조은지 YTN 기자는 “전북현대는 경기를 하면 서포터즈만 무조건 몇만명이 모이는, 팬이 정말 많은 팀이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전주IC 톨게이트 바로 옆에 있는데 경기를 하는 날엔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축구 열기가 뜨거웠지만, 무관중 경기로 그런 풍경을 볼 수 없어 생소했다”며 “경기에서도 선수들 목소리나 감독들 지시가 그대로 들릴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김기범 KBS 기자도 “스포츠 경기에서 팬들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된 계기가 됐다”며 “K리그에는 서포터즈라는 열성 팬들이 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항상 서포터즈석 쪽으로 가 인사를 하는데 이번에도 선수들이 텅 빈 서포터즈석에 인사를 했다. 그만큼 선수들이 관중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진으로 대규모 집단 감염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은 누구보다 앞으로의 리그 진행에 문제가 없길 바라고 있다. 기자들은 선수들의 솔선수범을 당부했다. 김기범 기자는 “선수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그대로 리그가 중단될 수 있다. 선수들이 철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길 바란다”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쓰러지면 손잡고 일으켜 주거나 골을 넣으면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관중들이 환호하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마음껏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