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기자 2020.05.04 17:28:59

1980년 5월20일은 전국 언론인들이 신군부의 광주학살에 저항하기 위해 검열·제작거부 투쟁에 돌입한 날이다. 5·20 제작거부운동 40주년을 맞아 80년 언론 투쟁 당시의 상황과 의미를 되짚어보면서 지금의 언론 현실을 점검하는 기획세미나가 열렸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지난달 29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5·20 제작거부운동 40주년을 맞아 ‘해직 언론인들이 말하는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20대 국회에서 80년 해직언론인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범위에 포함하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해직언론인 배상 특별조치법’이 발의됐지만, 결국 입법화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또 1980년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은 신군부가 자행한 범죄 행위였다는 진실화해위원회,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대법원 등의 판단이 나왔지만, 여전히 정부 차원의 배상과 책임을 인정하는 대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고 대표는 “5·18은 광주에서만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전국적 차원의 항거였다. 광주항쟁과 80년 언론인 해직은 동일한 시기와 취지로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동질성을 인정받지 못한 현상이 지속된 것은 광주항쟁을 지역적인 문제로 국한하려는 신군부에 동조적인 정치권과 공범 역할을 했던 일부 언론사 고위층 등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 행위 때문이다. 해직 언론인을 5·18 관련자로 포함하는 것은 역사 바로잡기의 일환으로 광주 정신을 부정하는 일부 세력의 왜곡에 맞서고 5·18 전국화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80년 언론투쟁이라는 역사를 유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당시 선배 언론인들의 투쟁과 희생이 제대로 정리되고 알려진 바가 적다. 언론계 후배들도 80년 언론인 강제 해직 이상 아는 게 없을 듯하다. 명예 회복은 역사 기록 정리뿐만 아니라 대중화 작업도 포함해야 한다.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언론인의 노력이 대중에게 알려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한국기자협회는 1980년 당시 기자협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언론투쟁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20일을 ‘기자의 날’로 제정한 바 있다. 세미나 토론자로 참석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그동안 언론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선후배 동료 기자들의 끊임없는 희생이 있었다. 1964년 언론유리위원회법 철폐 투쟁 과정에서 기자협회가 창립됐고 그 뒤로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언론자유를 위한 수많은 투쟁이 있었다”며 “아쉬운 점은 14년 전 기자의 날을 제정했음에도 그 이후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단절된 면이 있었다. 올해 5월20일 기자협회 차원에서 기자의 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아픈 역사를 기억해 나가면서 더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언론자유를 위한 선배 언론인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언론개혁 요구가 빗발치고 언론불신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한국언론의 현실이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한국언론 신뢰 하락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포털 중심의 뉴스 콘텐츠 유통 환경을 꼽으며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언론개혁이 논의돼야 한다고 봤다. 성 회장은 “선배 언론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공영 미디어 구성원들은 투쟁을 통해 과거 적폐 청산에 나섰지만, 급격히 변한 미디어 환경 속에 추락한 신뢰와 위상을 회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포털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언론사들이 종속된 구조에서 저품질의 기사가 양산되는 등의 저널리즘 신뢰 하락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이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들을 단순히 언론사와 기자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았나 싶다. 언론개혁은 현재 뉴스 유통 구조를 개선해 국민들이 좋은 저널리즘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고찬수 한국PD협회장은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내부 혁신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우리 안의 모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적극적 실천은 선배 언론인, 방송인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다시 찾아오는 최적의 방안 될 것”이라며 “한국PD연합회는 산하에 상생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불공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행위 사례를 접수하고 그 진상을 파악한 후 연합회 차원의 징계 건의 등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