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간부의 친일 역사 왜곡 발언을 언론에 제보한 이유로 해고됐던 기자와 PD가 29일 복직했다. 해고 177일 만이자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지 51일 만이다. 경기지노위는 앞서 지난 3월9일 윤종화 기자와 노광준 PD에 대한 징계(해고)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고 징계절차에도 하자가 있어 부당해고가 인정된다며 두 사람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경기방송은 지난 20일 복직 명령을 내렸고, 29일 두 사람은 6개월 만에 출근길에 올랐다. 하지만 기쁠 수만은 없었다. 경기방송은 지난 3월16일 폐업을 결정하고 같은 달 29일 자정을 기해 방송을 종료했다. 경기방송이라는 사업자는 남았지만, 방송과는 무관한 ‘부동산 임대업자’다. 앞서 사측은 5월7일자로 직원들의 일괄 정리해고를 예고했으며, 이미 일부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회사를 떠난 상태다. 남은 직원들은 정해진 업무도 없이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힘겨운 해직의 시간을 견디고 복직한 두 사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아서 빈자리를 찾아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6시가 되어 퇴근한 것이 복직 첫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출근해서 좋긴 하죠. 그런데…….” 복직 소감을 묻는 말에 윤종화 기자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언론 제보를 통해 고발했던 전직 간부는 퇴직 이후에도 여전히 회사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의심되고, 조직 내 파벌 문제와 갈등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으며, 경기지역 방송을 위한 새 사업자 선정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다.
법적 다툼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측은 두 사람에게 복직 명령을 한 지 이틀 만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사측과 현준호 전 전무이사가 두 사람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한 사건도 진행 중이다. 장주영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과 최미근 PD협회장도 모 간부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정리해고를 앞두고 진행 중인 노사협의 역시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구성원들의 불만과 분노를 사고 있다. 경기방송지부에 따르면 경기방송 사측은 정리해고일을 열흘 앞두고 지난 4월27일 열린 6차 노사협의에서 별안간 12월31일까지 무급휴직을 제안하는가 하면, 하루 뒤 열린 7차 회의에선 “기본급 100% 유급휴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폐업의 이유로 든 ‘경영상 어려움’의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요구에는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하기도 했다. 경기방송은 정보공개 청구 대상인 공공기관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고예고를 통보한 직원들의 재취업을 위해 무엇을 지원해 줄 거냐는 노조의 질의에 “경력증명서를 떼 줄 수 있다”고 말하거나 추가로 경비 및 청사관리, 청소 등의 업무를 위해 1~2명의 채용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경기방송지부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은 그동안 경기방송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기 위해 사측의 정리해고 절차에 성실하게 임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굴욕뿐이다”라며 “방송법을 지키기보다는 차라리 폐업하겠다던 회사는 여전히 근로자를 방패 삼아 회사의 잘못된 이미지를 순화하고자 하는 기만적인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경기방송 근로자들은 사측의 볼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기방송이 쓰던 주파수 FM 99.9MHz를 넘겨받을 새 사업자 선정도 아직 안갯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경기지역 주민의 청취권 보호를 위해 신규 방송사업자 선정 등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한 달이 넘게 지나도록 사업자 선정 공모 절차는 시작도 못 한 상태다.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기지역 새 방송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가 지난 4월22일 ‘경기지역 방송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황호완 TBS 시민 PD(가재울 라듸오)는 “어느 방송사가 주파수 99.9MHz를 인수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새 경기지역 방송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시작한 TBS를 참고 모델로 제시하며 △시민과 함께 하는 지역 저널리즘의 강화 △지역(마을) 공동체 플랫폼으로서의 방송국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차별화 등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