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개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5월30일이면 지난 4·15 총선에서 승리한 당선인들이 국회에 입성해 산적한 민생·개혁 법안 논의를 시작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선 검찰개혁 만큼이나 언론개혁에 대한 요구가 빗발쳐 언론 관련 법안에 대한 대대적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20대 국회가 약속했지만 논의조차 하지 않은 언론 과제도 많아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자협회보는 21대 국회가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지방신문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6개 언론 관련 단체와 학회의 정책 담당자에게 요청해 언론계 입법 제안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밀린 숙제가 많다면서 이번 국회에서라도 이 과제들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법안은 역시 방송법이었다. 단체마다 방송법의 어떤 항목을 개정해야 할지 시각차가 있었지만 주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현행 방송법에선 방송,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적 정의와 범주를 구체화하는 것부터 시작해, 사장 선출과 이사회 구성방식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넘어 공영방송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부여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는 요청이 강했다. 언론노조에선 이와 함께 방송법 제8조(소유제한등)를 개정해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SBS를 포함한 9개 지역 민영방송의 지주회사 소유를 금지하고, 향후 지상파 민영방송에 대한 별도의 공적 책무를 부여해 이행 실적에 따라 지원 및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방송사의 재원 방식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컸다. 방송협회는 현행 방송법이 방송광고의 종류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디지털 광고와 비대칭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영 민언련 정책위원은 수신료의 경우 “KBS 이사회가 수신료를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현행 절차로는 인상이 불가능하다”며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청자 및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수신료 산정위원회’를 별도 설치해 수신료 산정·징수·배분 등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별도 조항 말고 전면적으로 방송법을 개편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2000년에 제정된 현행 방송법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맞지 않아 방송정책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하는 법률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경우에도 학회 등에선 ‘가짜뉴스’ 대책을 위한 등록제의 전면 검토 등을 포함해 법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로 분리되어 있는 미디어 정책 관련 정부 조직 역시 정책 혼선과 업무 중복을 막기 위해 이를 총괄할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이 많았다.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포털과 언론의 불평등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요청도 쇄도했다. 신문협회에선 “비대칭적 협상구도를 이용해 포털이 거래조건, 뉴스 편집기준, 뉴스 저작물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아웃링크의 법제화와 ‘뉴스공급 및 이용에 관한 표준계약서’ 도입을 차기 국회가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협회에서도 포털이 언론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막대한 광고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대상에 포털 사업자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언론의 생존을 위한 법안 역시 21대 국회에 청구됐다. 지방신문협회는 “20대 국회에서 지역 언론의 기사를 포털에 의무적으로 노출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처리되지 못했다”며 이번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길 희망했다. 또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반법 전환과 함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언론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외 다양한 법안과 과제들이 제안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법률 개정과 함께 소수자, 약자의 미디어 권리 증진을 위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협회는 ‘민주주의 기금’을 둬 뉴스 콘텐츠의 공공성을 도모하는 데 사용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백재웅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재 집권여당이 대선 공약과 2016년 20대 총선 과제로 이미 약속했던 과제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도록 숙제를 하지 않았다”며 “21대 국회 초입에 하나만 얘기하겠다. 스스로 약속했던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