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제헌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수의 평균 비율이다. 2017년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연구에 따르면 언론인 출신 의원 수는 제헌국회 41명(20.5%)을 시작으로 줄곧 12~18%를 유지했고 특히 14~16대는 20% 내외를 넘나들며 ‘전성기’를 보였다. 17대부터 그 비율이 급격히 감소해 19대와 20대에 들어선 한 자리 수로 떨어졌지만 언론인은 그간 법조인과 더불어 정치권에 꾸준히 수혈된 대표적 직업군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면 정계에 진출한 언론인들은 과연 제대로 활약했을까. ‘사회적 공기’인 언론사 출신으로서 이들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텐데 정치 성적표는 어땠을까. 기자협회보는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언론인 출신 의원들을 양적, 질적으로 평가해봤다. 20대 국회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일했는지, 또 어떻게 전문성을 발휘했는지를 들여다봤다.

본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직 의원 295명 중 언론인 출신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은 총 19명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6.4%로,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영호 전 스포츠투데이 기자 △김종민 전 시사저널 기자 △노웅래 전 MBC 기자 △민병두 전 문화일보 기자 △박광온 전 MBC 기자 △박병석 전 중앙일보 기자 △박영선 전 MBC 기자 △서형수 전 한겨레신문 사장 △신경민 전 MBC 기자가 있었다.
미래통합당에선 △강효상 전 조선일보 기자 △김영우 전 YTN 기자 △민경욱 전 KBS 기자 △박대출 전 서울신문 기자 △심재철 전 MBC 기자 △정진석 전 한국일보 기자 등이 있었고, 오래전 언론계를 떠난 자유공화당의 서청원 전 조선일보 기자, 무소속의 이용호 전 경향신문 기자, 민생당의 정동영 전 MBC 기자, 미래한국당의 한선교 전 MBC 아나운서도 언론인 출신으로 분류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간 김성수 전 MBC 기자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박준영 전 중앙일보 기자, 최명길 전 MBC 기자는 현직이 아닌 관계로 제외했다.
양적 평가 대상으로 삼은 지표는 대표발의 법안 개수와 가결 개수, 본회의 출석률(2월29일 기준)이었다. 국회의원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들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자체 제작해 운영하는 국회감시전문사이트 ‘열려라국회’를 참고해 의원 295명을 전수 분석했다. 대표발의 법안 개수부터 보면 언론인 출신 의원들의 평균 발의 법안 개수는 78.53개로 전체 의원의 평균값(70.29개)보다 높았다. 박광온(387개), 노웅래(148개), 민경욱(102개), 김영호(87개), 신경민(86개) 의원 등이 발의 건수가 많았고, 특히 박광온 의원은 전체 295명 의원 중 두 번째로 발의한 법안이 많았다.
반면 가결된 법안 개수(원안가결+수정가결)는 기대에 못 미쳤다. 가결 법안을 기준으로 전체 의원의 평균을 산출한 결과는 4.12개였지만 언론인 출신 의원의 평균값은 2.95개로 박광온(22개), 노웅래(9개) 의원 2명만이 평균을 넘어섰다. 대다수 의원이 단 한 개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거나 1개 정도 통과되는 데 만족했다. 대안반영폐기 법안과 수정안반영폐기 법안까지 합산해도 언론인 출신 의원 3명(박광온, 민경욱, 노웅래)만이 전체 의원 평균값(18.57개)을 넘어섰다.
본회의 출석률도 저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전체 의원의 평균 출석률은 90.14%였지만 언론인 출신 의원의 평균 출석률은 88.47%에 그쳤다. 서청원(63.01%), 한선교(67.12%), 김영우(78.77%), 정동영(83.56%), 강효상(83.56%) 의원 등의 출석률이 낮았다.

의정활동을 질적으로 평가해 봐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 특히 언론인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의원의 언론 관련 법안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등을 살폈지만 언론인으로서 전문성을 발휘한 법안을 찾기 쉽지 않았다. 취재 환경 개선, 표현의 자유 보장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던 20대 국회는 곧잘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20대 국회 전반기는 드루킹과 ‘가짜뉴스’ 논란이 터지며 대부분의 언론 관련 법안이 규제 일변도였다. 포털이 댓글 서비스를 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가짜뉴스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가짜뉴스대책위원회’를 두는 등의 법안들이 대거 발의됐다.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대표발의자로 앞장섰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통과되지도 못했을 뿐더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국언론학회 언론법제윤리연구회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가 지난해 말 개최한 ‘인터넷 표현에 대한 제20대 국회의원 입법의안 평가 세미나’ 자리에서 이런 평가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입법필요성, 헌법합치성, 실효성 및 실행가능성, 경제성 및 형평성을 바탕으로 관련 법안 139건을 심사해 각각의 점수를 발표한 이 세미나에서, 하위 점수 10개 법안에 박대출 의원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강효상 의원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포함됐다. 각각 포털뉴스 규제와 ‘가짜뉴스’ 근절 내용을 담은 법률로 100점 만점에 56.10점, 59.07점을 받았다.
연구팀은 “하위등급 판정을 받은 법률안들은 입법목적과 수요, 특히 헌법합치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전반적으로 가짜정보라고 불리는 정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한계를 보였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제한해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는 점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런 법안들이 쏟아져 나올 동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과 신문 및 방송의 공적기능 강화를 목표로 한 신문법 개정안 및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통합방송법) 등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특히 김성수 전 의원이 발의한 통합방송법의 경우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춰 20여년 만에 전문을 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정치적 이해를 관철하는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사실상 폐기됐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정쟁이 벌어지며 정파적 이익을 구현하기 위해 성급하고 무분별하게 발의된 법안이 상당히 많다. 언론인 출신 의원일수록 언론이나 표현의 자유에 있어 다른 사람보다 균형감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총대를 메곤 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많아 20대 국회에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쟁점이 형성됐다. 그런 법안들이 실질적으로 통과되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 때문에 필요한 제도 개선조차 논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