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폐업 위기에 내몰린 경기방송 구성원들이 방송 중단과 대규모 실직을 막기 위해 한데 뭉쳤다. 6일 수원 경기방송 본사 앞에선 전국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 주최로 이사회의 폐업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는 기자·PD·기술 직능단체 대표와 비노조원들도 참석해 뜻을 함께했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방송이 중단돼선 안 되며, 고용 또한 유지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기방송지부는 이사회가 지난달 20일 만장일치로 폐업을 결정한 데 대해 “지난 22년간 청춘을 받친 구성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경기방송을 사랑한 애청자들에게 등을 돌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FM 99.9MHz라는 주파수는 이사회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기도민, 나아가 전 국민의 전파”라며 “이를 경영진과 이사회가 마치 개인 가게를 문 닫듯 함부로 폐업할 순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재무제표를 보면 매년 15억원 정도 당기순이익이 났고, 해마다 3억 정도씩 주주 배당도 이뤄졌다”며 “그런데 경영위기와 지자체 지원 급감으로 문을 닫는다는 게 무슨 소리냐. 이익을 편취하고 남은 것을 다 짜낸 뒤 ‘먹튀’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최미근 경기방송 PD협회장도 “경영진이 ‘매출이 급감할 것 같아서’라는 이유를 대며 오죽하면 폐업하겠냐고 입장문을 냈는데, 방송을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한 거냐”고 일갈했다. 최 협회장은 “공공재인 주파수는 청취자와 방송을 만드는 모두의 것이다. 단순히 매출을 이유로 방송 폐업을 일방적으로 선언할 순 없다”며 “방통위와 경기도, 정치권, 청취자 모두가 함께 지켜달라. 현 경영진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바로잡아 경기방송이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오인환 한국기자협회 경기방송지회장도 “경기방송의 적폐는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 그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지회장은 “주인 자격이 없는 그들은 우리들의 피로 살을 찌우며 그동안 주인 행세를 해왔다. 무지에서 비롯된 많은 일탈 행위에 우리는 너무나 지쳤다”면서 “그들은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방송문화를 말살시켰다. 선후배와 동료들을 몰아냈으며 가족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했다. 이제는 소중한 우리의 방송 터전마저 앗아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는 여전히 세력에 부역하며 선후배들을 농락하고 조롱하고 있다”고 참담해 했다.

경기방송은 지난해 8월 당시 회사의 ‘실세’로 불리는 현준호 총괄본부장의 일본 불매운동 폄훼 발언이 알려진 이후 안팎으로 크게 홍역을 치렀다. 당시 문제의 발언을 외부에 알린 기자와 PD 등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해고됐지만, 현 본부장은 전무이사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비노조원, 현 전무이사 측근세력 등 사이의 내부 갈등도 극에 달했다. 대표이사가 아닌 전무이사가 경영 전반을 장악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과정에서도 지적돼 재허가가 보류되는 위기에 처했으나, 방통위는 청취자 보호 등을 위해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당시 노조는 직원들의 탄원서를 대신해서 올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안 돼 내려진 폐업 결정에는 역시 현 전 전무이사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 전 전무이사는 방통위의 조건부 재허가 권고 사항에 따라 지난 1월 사임했으나, 여전히 경기방송 경영진과 이사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노조 등은 이번 폐업 결정과 관련해 내부의 현 전 전무이사 측근세력과 대주주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 여부와 관계없이 뜻을 같이하는 구성원들과 함께 방송 정파 방지와 고용 안정을 위한 행동을 함께할 계획이다. 현재 경기방송 종사자는 프리랜서 등을 포함하면 100여명, 그중 정규직과 촉탁직은 34명이고, 노조원은 14명으로 알려졌다.
경기방송은 오는 16일 주주총회를 열어 폐업을 최종 결정한다.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의결한 사안인 만큼 주총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작지만, 부결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다. 경기방송은 폐업 결정을 앞둔 지난 5일 희망퇴직자 모집 공고를 내며 “희망퇴직을 신청하여 퇴사한 직원의 경우 향후 주주총회에서 폐업이 부결됐을 경우, 회사 사정을 고려하여 우선적으로 재고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방송지부는 주총 결정과 무관하게 방통위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방통위는 하루빨리, 지역 청취자 권익 보호와 경기방송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경기도민, 지역 청취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파수는 계속되어야만 하며 내부종사자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