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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재허가 잉크도 안 말랐는데…" 방통위도 당황한 '경기방송 폐업'

지상파 사업자 첫 자진 폐업 사례
"행정청 재허가 의미 모독한 처사"
방통위, TF 꾸려 법률적 대응키로

김고은 기자  2020.03.04 14: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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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이 사상 초유의 자진 폐업을 예고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방송허가 여부를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방통위는 지역민들의 청취권 보호와 종사자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기방송은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열고 폐업을 결의했다. 오는 16일 주주총회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미 폐업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분위기다. 경기방송은 지난달 27일 이준호 이사(경영지원국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지상파방송 허가권을 반납하고 폐업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수도권 유일의 지상파 민영 방송사로 설립된 지 23년 만이자, 방통위로부터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지 2개월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경기방송은 폐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경기도의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힌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와 공동사업으로 10여 년간 진행해온 교통방송 예산 등 각종 홍보·사업예산이 도의회에 의해 전액 삭감되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잦은 내분과 헤게모니 싸움”을 탓하며 노조와 일부 종사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졸지에 주적으로 몰린 노조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조차 안 서는 상황이다. 폐업 결정의 ‘진짜 의도’가 노조나 도의회를 ‘겁박’하기 위한 것인지 파악이 안 돼서다. 노조는 이사회의 폐업 결의를 공문으로만 전달받았을 뿐, 별도의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다들 충격이 커서 그야말로 ‘멘붕’ 상태”라며 “비단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섣불리 입장을 내기보다는 이 사태를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지상파방송 사업자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경기방송에 대한 재허가 심사 결과, 기준 점수 미달로 재허가를 보류했다가 “청취자 보호” 등을 위해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한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두 달이 채 안 돼 경기방송이 허가권을 반납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전체회의에서 “시쳇말로 (재허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폐업을 결정한 것은 행정청의 재허가 의미를 모독하는 처사”라며 “지금 적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앞으로 경영이 어려울 것 같고 노조가 뭐라 한다고 해서 아예 방송을 접자는 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초유의 상황인 만큼, 방통위는 TF 등을 꾸려 필요한 법률적 검토와 대응 등을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행 방송법상 방송사업자의 폐업을 막거나 방송유지를 명령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경기방송이 실제로 폐업을 신고할 경우 빠르게 새 사업자를 선정해 방송 중단 기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모일 전망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중요한 건 청취권과 종사자들의 고용문제”라며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 폐업 이후 방안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