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영 기자 2020.03.04 14:19:59
네이버나 다음과 제휴를 맺어 뉴스를 유통하는 언론사들은 올 3월부터 연 40건 이상 추천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를 사용한 어뷰징을 할 경우 포털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그간 실검대응 기조를 고수하다간 어렵게 입점한 포털에서 배제되고 주요 뉴스유통 채널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언론사 전반이 온라인 뉴스 생산 체계와 방식 개선, 기사 관련 규율 재정비를 고민할 때다.
포털 네이버 등은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지난 1~2월 개정한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지난 1일 공개했다. 포털과 제휴한 언론사의 어뷰징에 큰 벌점을 부과하는 체계를 새로 포함한 변화다. 특히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 남용 벌점(1일 기사 송고량 기준)’ 파트의 개정은 언론사의 포털 퇴출을 좌우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엔 ‘기사 건당 벌점 체계’가 포함됐다. 기존 ‘비율 기반 벌점 체계’는 하루 기준 개별 언론사 전체 생산기사 중 어뷰징 비율을 따져 구간별 벌점을 부과하는 형태였다. 1일(24시간) 기준 ‘0.5%이상 5%미만’ 1점(벌점), ‘5%이상 10%미만’ 2점, ‘10%이상 15%미만’ 3점, ‘15%이상 20%미만’ 4점, ‘20%이상 25%미만’ 5점, ‘25%이상’ 10점 등의 방식이다. 이는 기존 ‘1%이상 5%미만’의 기존 1점 벌점 기준을 강화한 조치이긴 하지만 큰 변화는 아니다.

핵심은 추가된 부칙이다. “위반 건수 기사가 10회를 초과할 경우, 위 표에 따른 비율 벌점 부과방식을 적용하지 않고 초과된 위반 기사 5건 누적 시마다 벌점 1점을 부과한다.” 어뷰징 기사 절대수를 누적 카운트 해 10건이 넘는 순간부터 ‘건당 벌점 체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포털은 기계·사람의 모니터링, 신고제보 등으로 제재 요건 기사를 매달 제평위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렇게 누적된 어뷰징 수는 1년에 한 번만 ‘리셋’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비율 기반을 악용해 벌점을 받지 않는 선에서 어뷰징을 계속하는 언론사들이 있었고 이를 용인한 측면도 있었는데 약 4년 정도 지속되며 제휴평가위에서 이젠 엄격하게 봐도 된다는 입장이 있었다”며 “일단은 과도기적으로 비율과 건당 체계를 병행한다. 내부 카운팅을 하다 10건이 넘으면 그때부턴 건당 벌점을 부과하는 것이고 지난 1일부터 적용됐다. 현재까진 위반 매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언론사로선 어뷰징을 거의 할 수 없는 수준의 강력한 조처다. 기존 체계에선 하루 생산 기사 수가 많을수록 벌점 없이 가능한 어뷰징 수가 늘고, 24시간이면 ‘리셋’됐다. 하지만 이젠 어뷰징 수가 누적된다. 실제 벌점을 감수하고 어뷰징을 한다 해도 산술적으로 연간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어뷰징 수는 40건에 불과하다. 벌점 6점(누적 위반기사 수 10건과 5건당 1점 기준으로 30건 합산)이면 제평위에서 재평가 대상이 되고 이 경우 생존은 쉽지 않다.
A 제평위원은 “비율 기반 벌점 시 전체기사 수가 많은 언론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작은 곳은 1개만 실수해도 벌점을 받는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재평가 직전까지 어뷰징을 쓰고 악용하는 행태도 있어 이용자 피해가 이어졌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이라며 “벌점 없이 할 수 있는 최대 어뷰징 수가 1년에 10개란 소리다. 어뷰징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간 관행처럼 해온 어뷰징 등 온라인 기사 생산방식과 체계를 바꾸지 않고선 의도치 않게 포털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추천검색어’나 ‘특정 키워드’ 남용은 “트래픽 유입을 목적”으로 “제목 또는 본문에 삽입하여 남용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언론이 일상적으로 해온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대응과 매우 밀접하다. 위반 유형으로도 특정 키워드를 △배경과 같은 색으로 써 보이지 않게 삽입 △기사 제목·본문에 반복적으로 포함 △유사기사 반복 전송 △큰 연관 없는 기사에 사용 △과도하게 기사를 나눠 전송하는 경우 등을 적시하고 있다.
B 제평위원은 “제재 소위에 올라오는 기사 유형 상당수가 특정 키워드와 관련 있다. 광고성 기사로 생각하고 썼는데 내용의 추천 검색어나 특정 키워드가 걸려 수십 점씩 감점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언론사가 제평위 규정을 완전히 숙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작은 규모 매체에선 담당자가 자주 바뀌다보니 더 어려움이 있을 텐데 자칫 퇴출로 직결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임기가 종료된 4기 제평위 임장원 심의위원장은 “언론사 기자 한두 명이 작심하거나 실수를 하면 매체를 포털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각심을 갖고 내부규율을 강화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제재 부문에서 가장 큰 변화였고 언론이 악용했던 사각지대 해소, 소비자 편익 개선이 고려됐다. 다만 더 큰 틀에서 언론의 어려운 현실, 채찍만 있고 당근은 부족한 제평위의 한계는 고민으로 남는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