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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익숙치 않은 재택근무… 전화·이메일로 '비대면' 취재

코로나19 확산 속 달라진 취재 풍경… 어수선하지만 삼엄한 분위기

강아영 기자  2020.03.04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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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취재가 축소되면서 기자들이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언론사의 재택근무 확대와 기자실 폐쇄가 겹치면서 일부 기자들은 집에서 일을 하고 있고, 출입처에서도 현장 브리핑, 간담회 등이 취소되면서 전화나 이메일 같은 비대면 취재가 늘어나고 있다. 업무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어수선하고 삼엄한 분위기 속에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달 말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이후였다. SK그룹, LG유플러스, 네이버 등 일부 기업들이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기자실을 잠정폐쇄하자 수많은 기업들이 잇따라 기자실 폐쇄를 공지했다. 기자실을 폐쇄하지 않은 곳들도 기자들에게 이용 자제를 당부하고, 기자실 이용 시 의무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금융권을 담당하는 경제지 A 기자는 “1금융권 은행 역시 모두 기자실 문을 닫았고 2금융권에서도 저축은행중앙회를 제외한 두 군데 기자실이 모두 폐쇄됐다”며 “기자 생활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사실상 기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참석한 토론회에 서울시교육청 출입기자 중 일부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기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확진자가 다녀갔거나 확진 의심자가 발생한 곳에선 방역을 위해 일시적으로 기자실 문을 닫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말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확진자로 밝혀지자 그가 참석한 토론회에 출입기자들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방역을 위해 기자실을 폐쇄했다. 국방부도 출입기자 1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자 사상 처음으로 1층의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이틀간 닫았다.  


국회도 기자실을 포함한 청사를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국회를 출입하는 종합일간지 B 기자는 “동서남북 네 방면에 문이 있었는데 현재 두 개 문만 열어두고 출입 때마다 1대 1 발열 점검을 받고 있다”며 “당 회의 같은 경우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못한다. 특히 요즘은 공천 면접 시기인데 대구경북 지역은 화상면접을 하고 있어 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문 밖 몇 미터까지 프레스라인을 치고 기자들 접근을 막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비롯해 정기적으로 이뤄지던 현장 브리핑도 곳곳에서 취소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그동안 최소인원 참석을 요청했던 지자체 등이 브리핑 잠정 중단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대면 기자간담회 대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금리 결정 배경 등을 설명했다. 간사단과 협의해 금리발표 내용은 문자나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이후 기자간담회는 사전에 카카오톡과 문자 등으로 취합한 질문을 기자단 대표가 현장에서 대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다만 대부분의 정부부처에선 아직까지 현장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근무하는 종합일간지 C 기자는 “정부부처에선 가급적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브리핑으로 유도하려 하는 데 다들 꺼리는 분위기다. 2일에도 기획재정부가 추경 내용을 e브리핑으로 공개할 테니 현장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기자들이 자리를 꽉 채웠다”며 “온라인으로는 바로 질의응답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그렇다. 사전에 질문을 취합하는 방식도 질문 개수에 제약이 있을 수 있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식 브리핑이 진행된다 해도 사무실 방문 취재가 제한되고 오찬 간담회와 미팅이 줄줄이 취소되는 등 비대면 취재 분위기는 점점 더 강화되는 상황이다.


지역 일간지 D 기자는 “취재원과 만나는 저녁 약속은 잡혔던 것마저 다 취소됐고 최근엔 기자들끼리도 잘 안 모이는 분위기”라며 “회사에서도 가급적 대면 접촉을 피하고 전화로 취재를 하라고 권유하는데 아무래도 취재 질에 한계가 있지 않나. 취재원을 만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만날 수도 없는 이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