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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도 화면에 나란히 선 수어통역사, 귀퉁이에 작게 놓인 수어통역사

KBS·YTN·연합TV는 함께 비춰... MBC·SBS, 작게 자체 통역 제공

박지은 기자  2020.03.04 14: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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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보도에서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정부 브리핑 전면에 나온 수어 통역사의 모습이다. 정부가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시청권을 보장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일부 방송사가 여전히 수어 통역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사회적 약자의 정보 접근성 개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지상파 3사와 보도전문채널에서 현장 중계된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살펴본 결과 KBS, YTN, 연합뉴스TV는 화면에 발표자와 수어 통역사를 나란히 배치하고 있었고 MBC와 SBS는 발표자만 화면에 비춘 채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자체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있었다.


김철환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수어 통역 화면을 작게 제공하는 것은 비장애인이 대화할 때 작게 속삭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애인들도 재난 및 감염병 정보를 쉽고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발표자, 수어 통역사가 1:1 화면 비율로 나오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며 “일부 방송사는 여전히 비장애인 시청자 중심, 제작자 중심으로 중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중계하고 있는 KBS(위)와 MBC 화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1일 브리핑 현장에서 수어 통역을 장애인들이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사와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브리핑’, 지난 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긴급 브리핑’ 등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브리핑은 통역사를 가린 채 중계하기도 해 방송사들의 수어 통역 제공이 자리 잡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국립중앙의료원 기자회견’과 같이 브리핑 이후 이뤄지는 전문가 기자회견은 현장에서 수어 통역이 지원되지 않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긴급 성명을 발표해 “비록 방송사들은 발표자의 발언 내용을 자막으로 시각화하고 있지만, 한글은 농인들에게는 모국어가 아닌 제2외국어나 다름없는 문자이므로 농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충분한 대체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며 “수어 통역이 발표자와 동등하게 화면에 잡히도록 촬영과 편집 관행을 개선하는 일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장애벽허물기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강원도 고성 산불 재난 보도에서 장애인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낸 바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도 정부가 브리핑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지 않는 등 장애인을 위한 재난 및 감염병 관련 정보제공 대책은 여전히 미흡했다. 장애벽허물기는 지난달 3일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정부 브리핑에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다며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냈고 다음 날인 지난달 4일부터 정부 브리핑에 수어 통역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수어 통역사가 정부 브리핑에 배치된 초반 방송사 대부분은 발표자만 클로즈업 한 채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이 재난 및 감염병 정보를 올바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방통위가 관련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8일 장애벽허물기,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원심회, 에이블업은 청와대에 방송통신발전기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개선을 통한 원활한 정보제공 및 대응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서를 전달했다. 네 단체는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만이 아니라 장애인 정보 접근성을 보장하고, 화면에서 수어통역 등을 제공 화면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등 일관성 있는 장애인 방송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