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기자 2020.02.19 14:39:03
KBS 보궐이사에 서정욱 변호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보궐이사 추천에 관한 건을 심의·의결한다. 천영식 전 이사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중도 사퇴, 면직 처리된 지 36일 만이다. 방통위는 앞서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헌 변호사와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대해선 연달아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서 변호사에 대해선 논의를 거쳐 추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변호사 추천을 강행할 경우 방통위가 이번에도 정당의 추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서 변호사는 한국당이 세 번째로 추천한 후보다. 천 전 이사를 추천했던 한국당은 보궐이사 추천도 당연히 “야권 몫”임을 주장하며 추천권을 고집해왔다. 방통위가 앞서 두 후보자에 ‘퇴짜’를 놓자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성명을 내어 “월권이고 불법”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한국당이 KBS 이사를 추천할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는 다른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법 제46조는 KBS 이사 선임과 관련해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정치적 안배’를 이유로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행사해왔고, 방통위가 이를 묵인하면서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간섭을 배제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수차례 논의됐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 2018년 KBS, 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회 공모 당시 후보자 지원서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처음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이사회 구성은 기존 여야 비율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보궐이사의 경우 이런 공모조차 거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비공개 간담회 같은 자리에서 부위원장 또는 상임위원이 특정 후보를 추천하면 표결이나 합의를 거쳐 선임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4기 방통위가 출범한 이후 KBS, 방문진, EBS 등에서 보궐이사 선임만 총 7차례(8명) 이뤄졌는데, 이때도 공모 절차는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 중 5차례는 ‘구 여권’ 인사가 사임하거나 해임되면서 ‘현 여권’ 인사로 채워진 경우였다. 당시 한국당은 “보궐승계 권한을 강탈한 것”이라며 항의했는데, 이효성 당시 위원장은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뀌면 여야 추천 몫도 바뀌는 것”이라며 ‘전례’를 들어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에 방통위가 앞선 두 후보자를 거부한 것은 이런 ‘관행’과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30일 이내’로 되어 있는 보궐이사 임명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장고를 거듭한 데서도 나름의 고충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방통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KBS 등 공영방송 이사·사장을 선임할 때 국민참여를 보장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KBS 보궐이사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아직은 정당의 추천권을 용인하면서 부적격 인사에 대해서만 비토권을 행사하는 소극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강성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정치권의 셈법이 방송법 위에 군림해선 안 된다”고 꼬집으며 “관행이란 이름 아래 반복되어 온 악습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