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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없는 뉴스룸, 보도 자율성 담보될까

앵커 하차 소식에 기자들 반발... 손 사장 직접 설명한 후 누그러져
영향력·신뢰도·시청률 하락 예상... 사장 아닌 '구성원 역량' 시험대

최승영 기자  2020.01.02 14: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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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신년토론회를 끝으로 앵커직에서 물러난다. 갑작스런 하차로 불거진 기자들의 반발은 손 사장의 설명 후 잦아든 모양새지만 ‘포스트 손석희 체제’에 대한 고민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영향력과 시청률 하락 등 뉴스 관련 지표의 추락, 무엇보다 ‘보도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


JTBC는 지난달 23일 보도자료에서 “JTBC뉴스가 새해 1월6일부터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다”며 “메인뉴스를 6년 4개월 동안 이끌어왔던 손석희 앵커는 앵커직에서 물러나 대표이사직만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임 앵커는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등에서 두각을 보인 서복현 기자다. 이에 따라 손 앵커는 1, 2일 ‘신년특집 대토론’을 끝으로 앵커직에서 내려온다.


이날 갑작스런 앵커직 하차소식을 듣고 반발했던 JTBC 기자들은 지난달 24일 손 사장이 직접 사퇴배경을 설명하며 누그러진 분위기다.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당시 긴급총회 후 성명에서 “JTBC의 보도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온 앵커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반대한다”,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손 사장은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중요한 것은 사측이 제안했지만 동의한 것은 저라는 것”이라며 “오랜 레거시 미디어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저는 이제 카메라 앞에서는 물러설 때”라고 했다. 약 1년 전부터 사측과 얘기가 있었고, 총선과 신사옥 이전 등 이벤트와 시기를 고려해 결정한 것이란 취지였다.


현재 JTBC 기자들은 ‘놀람’이란 반응을 지나 ‘포스트 손석희 체제’의 해법에 고심하는 상황이다. 다만 기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사주와 자본 권력 등에 의한 ‘보도 자율성 침해’로 의견이 모인다. JTBC A 기자는 “대표이사와 앵커직을 함께 하며 보도국에 울타리를 쳐줄 수 있었던 존재가 사라진 상태에서 사주와 자본으로부터 보도국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다. 오너가(家)가 훌륭한 저널리즘 철학이 있어 국정농단 보도를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오너가 있는 회사는 다 비슷한데 그걸 바꿨고 지킬 수 있던 사람이 빠진 것”이라며 “그동안 보도로 인한 성장으로 전문경영인이 아닌데도 대표이사를 달아준 것이라면 이젠 (회사를) 나가는 수순이 된 거라 본다”고 했다.


‘손석희 없는 뉴스룸’의 영향력과 신뢰도, 시청률 하락 등 예상되는 현실적 난관은 명확하다. 완전한 대체가 불가능한 인물인 만큼 얼마간 지표 하락은 불가피하다. 더욱이 올해 경영실적마저 기대치를 밑돌았던 상황이다. JTBC B 기자는 “(하차가) 너무 갑작스러워 성명까지 나왔지만 본인의 선택이란 설명이 있었고 번복가능성도 없는 상태라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부담이 많을 새 앵커에 힘을 실어주고 이젠 사장의 영향력이 아니라 온전히 구성원의 역량과 실력으로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뭔가 해야한다’는 게 정서 전반”이라고 했다.


이번 하차는 JTBC 뉴스룸이 조직 차원에서 새롭게 거듭나는 분수령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도 지닌다. 2013년 5월 손 사장의 JTBC 영입 전후 시기와 구분하면 ‘제3기’ 정도를 맞은 셈이다. 언론사 대표와 앵커직을 함께 맡으며 ‘만기친람’형 리더십으로 뉴스룸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친 것이 그간 뉴스룸 성장의 기저였다면 이젠 그간 안착된 시스템이 실험대에 오른다.


JTBC C 기자는 “보직간부들의 역할이 애매해질 정도로 앵커가 다 결정하는 게 기존이었다면 이젠 일반 언론사의 시스템에 가까워지지 않겠나. 당장 경쟁력 약화는 분명하지만 언제고 한번은 겪을 일이란 방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JTBC로선 손 사장의 부인할 수 없는 업적을 넘기 위한 정지작업을 하는 단계를 맞게 됐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