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기자 2019.12.17 22:35:27
연이은 보도국장 임명동의 부결, 더 많아진 반대표라는 믿기지 않은 일이 YTN에서 벌어졌다.
지난달 22일 노종면 보도국장 내정자 임명동의 부결에 이어 지난 11일 김선중 내정자까지 임명동의 투표를 통과하지 못했다. 보도국 구성원 353명(94.64%)이 참여한 투표에서 205명(58.07%)이 반대했다. 노종면 앵커의 경우 전체 374명 중 176명(50.72%)이 반대표를 던졌다. 더 많이 참여했지만, 더 벌어진 표차라는 결과에 YTN 안팎의 충격은 크다.
자신이 지명한 보도국장 후보자 2명이 연거푸 낙마하자 정찬형 YTN 사장이 세 번째 보도국장 내정자를 지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지난 16일 원포인트 직선제와 복수 추천제 등을 포함해 보도국장 선임을 위한 제도 개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 차례 부결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인데, 제도 개선을 내놓은 것이다.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보도국이 갈라지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을 팽개친 안이한 현실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째 보도국장 임명동의 부결에 YTN 내부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YTN의 A 기자는 “노종면 앵커가 부결 이후 사내 게시판에 올린 두 개의 글은 해명이 부족했고 반대한 176명을 마치 적폐로 몰기도 했다”며 “첫 번째 인사 실패 결과를 받아들이고 해직자 출신과 결이 다른 새 얼굴이 내정됐어야 했다. 구성원 사이에서 김선중 부장과 해직자 출신 그룹이 사실상 같은 라인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소통 부재 문제는 여전했다. YTN의 B 기자는 “지금 같은 사안에서도 반대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반대할 때는 명확한 이유나 대안이 나와야 문제가 해결될 텐데 공론화 없이 이 상태 그대로 가고 있다”며 “조직이 양분화, 세분화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구성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데 배경이 존재한다는 입장도 팽팽했다. C 기자는 “올해 3월 열린 사원 총회에서 목소리를 높인 기자들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총대매면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젊은 기자들의 움직임을 기대하면 안 된다”며 “이제는 해직자 출신에 대한 인식이 절망감, 실망감을 넘어 무관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찬형 사장과 간부들이 구성원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지 않은 등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YTN의 D 기자는 “사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노조나 기자협회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기자들 총의를 모아나가야 한다”며 “두 번이나 인사를 실패 했다는 것에 집행부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진다는 각오로 젊은 기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하루빨리 잡아나가야 한다. ‘너네가 뭘 알아’라고 치부하면 대단히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두 번의 인사 실패에 정 사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에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부 견해가 여러 층위에서 이견이 있다 보니, 누구도 50% 동의를 장담할 수 없어 나서기 힘든 현 상황에서 또 후보를 지명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원포인트 직선제와 복수 추천제 등을 포함해 보도국장 선임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줄 것을 노조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노조는 불과 2년 7개월 전 노사 합의로 도입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도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현실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대한 신속하게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면서 “혹여 회사가 얽히고설킨 난맥상을 손쉽게 모면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보도국장을 앉히기 위해 꼼수를 꾀하고 있다면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의 보도국장 제도 개선 제안에 대해 구성원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A 기자는 “두 번 인사에 실패했다고 제도를 바꾼다는 건 박정희가 1971년 선거에서 김대중에게 크게 혼이 나자 유신을 선포해 직선제를 없애고 체육관선거로 바꾼 것과 다름없다”며 “어떤 문제가 본질인지, 고민과 해결책 모두 무시하고 지난 10년 투쟁의 결과를 버리겠다는 꼼수이자 제도 개악이다. 구성원 간 갈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C 기자는 이번 제도 개선 제안에 대해 “사장이 세 번째 인사도 실패할거라는 우려에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며 “정말 민심에 부합하는 사람이 누군지 소신 있게 구성원이 말해도 사장은 계속 반영하지 않았다. 결국, 해직자 출신 그룹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