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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아사히 여기자의 용기… 일본서 뒤늦게 일어난 '미투'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

김고은 기자  2019.11.27 15: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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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익들은 ‘5·18 북한 개입설’ 같이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내고, 일본의 우익들은 위안부라는 실제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만들고 있다.”


제7회 리영희상 수상자인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을 최초 보도한 이후 일본 우익들로부터 ‘날조 기자’라는 공격을 받아왔다. 가족에게 협박장이 날아들고, 법원마저도 그의 기사에 ‘날조’라는 낙인을 찍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이어졌지만, 일본 대다수 언론은 침묵했다. 지난 2017년 이토 시오리라는 언론인 지망생이 일본 방송국 TBS 기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의 감춰진 수치’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건 일본 매체가 아닌 영국의 BBC였다.


“일본에서는 위드유(with you)의 힘이 부족했다.” 지난 25일 상암 MBC에서 열린 ‘한일 언론노동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 홋카이도 신문의 하세가와 아야 기자는 일본 언론의 침묵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는 기자가 회사에 들어가면 회사를 위해 일하는 종업원이 된다는 의식이 있다. 조직에 저항하거나 개인으로서 성명을 내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전국언론노조와 일본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MIC)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언론환경만이 아니라 젠더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한일 양국의 차이를 확인한 자리였다. 일본 언론인들은 KBS 성평등센터나 한겨레의 젠더데스크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놀라움을 드러냈고, 언론사의 연대 투쟁이나 보도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세가와 기자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선 엄청난 백래시와 공격이 있었던 반면, 한국에서는 기억하려는 운동이 있었고, 그게 지금의 차이를 만들었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근저에는 페미니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미나미 아키라 MIC의장은 “변혁이 여성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TV아사히 기자가 재무성 사무차관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일본에서도 뒤늦게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됐다. 신문노조연합의 여성 조합원들은 성명을 내고 “우리가 없애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성희롱 가해자와 그 행위를 묵인하는 태도나 조직”이라며 “성희롱에 NO라고 말하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연대의 목소리를 냈다. MIC는 성희롱 실태조사를 벌여 언론에서 일하는 여성의 74%가 성희롱을 당한 적 있다고 발표하고, 언론사의 최고경영자에게 성희롱 퇴치 책임을 묻는 요구안을 만들어 서명을 받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도쿄신문의 모치즈키 이소코<사진> 기자는 “여성 기자 한 명의 활동이 이처럼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지난 2017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서 40분 동안 23차례 질문을 쏟아내며 정권의 의혹을 추궁해 화제가 된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저런 기자는 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얘기가 동료 기자들에게서 나왔을 정도로 미움을 샀던 그는 독자들의 격려와 일부 기자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정권에 대해 세차게 비판적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에무라 기자 역시 “(어떤 공격을 받더라도) 기자는 용기 내서 계속 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은 발표대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머리로 생각하면서, 역사를 배우고 인권과 평화를 지키는 태도로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