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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호의적인 홍콩 시위대, 1980년 한국 떠올라"

[홍콩 시위 현장취재한 기자들]
시위에 반중 성격 갈수록 고조... 취재진에 음료수·마스크 건네
홍콩 여행객 줄며 경제도 타격... 시위대 과격성 지적 목소리도

강아영 기자  2019.10.23 15: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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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5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홍콩 경찰이 센트럴 구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경고 손팻말을 들고 불법 집회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5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초반 평화집회로 진행됐던 시위는 경찰의 과잉 진압과 폭력에 더해 반중 성격이 갈수록 고조되며 점차 과열되는 양상이다. 특히 시위 현장에 화염병, 물대포도 모자라 실탄이 등장하고 시위자에 대한 성폭력, 의문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부 국내 언론들도 현지에 기자들을 파견해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안승섭 연합뉴스 홍콩특파원은 “초기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200만명이 모일 정도로 그 열기도 대단했다. 센트럴, 완차이 등 홍콩 도심이 다양한 연령대, 각계각층의 사람들로 꽉 찼다”며 “7월부터 서서히 시위 양상이 달라졌다. 오후 2시 정도에 시위가 시작되면 5~6시까지는 평화행진을 했지만 이후엔 최루탄과 물대포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대치했다”고 말했다. 안 특파원은 “특히 9월 들어서는 집회가 시작하고 얼마 안 돼 폭력 시위가 시작되고 있다”며 “지금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 10~20대가 시위대의 주류를 이룬다. 중장년은 간혹 눈에 띄긴 하지만 위험하기 때문인지 초반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고 시위도 갈수록 격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주일간 홍콩 시위 상황을 취재하고 지난 18일 한국으로 돌아온 박진현 KBS 기자는 “대규모 집회도 집회지만 SNS를 통해 18개 지역 쇼핑몰을 중심으로 ‘플래시몹’같은 게릴라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위 문화가 우리와 굉장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또 주최자가 따로 있기 보다는 모두가 참여자이면서 시위를 이끌어가는 느낌이라 시위 풍경이 다소 생경했다”고 말했다.


시위 현장을 직접 취재하며 홍콩 시민들을 만난 기자들은 이들이 한국의 집회 문화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홍콩 현지를 취재했던 신정연 MBC 기자는 “시위 현장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80년대 한국과 지금의 홍콩이 비슷하다는 얘기였다”며 “영화 ‘택시운전사’나 ‘1987’을 봤다면서 홍콩도 언젠가는 한국처럼 민주화를 이루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더라. 한국의 과거를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진현 기자는 “시위대가 한국 기자를 포함해 외신기자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다”며 “80년대 명동에 데모하러 나갔을 때 상점 주인들이 물과 빵, 치약을 주듯 기자들에게 참 많은 걸 주려 했다. 음료수뿐만 아니라 마스크를 주기도 했고 취재진 중 누군가 방독면 덮개가 없이 있자 자기들 덮개를 빼서 주기도 할 정도였다”고 했다.  


다만 시위가 장기화되고 홍콩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일부 서민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에서조차 식당이나 술집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상인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안승섭 특파원은 “홍콩 여행객도 90%가 줄어 여행업계가 꽤 힘든 상황”이라며 “해고도 많고 강제 무급휴가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홍콩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시위대에 대해서도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홍콩 상황은 앞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구의회 선거 등으로 갈등이 촉발돼 시위가 격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모 아니면 도’로 이번 사태가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진현 기자는 “1년이 되든 2년이 되든 이 시위가 장기화돼서 결국 홍콩이 어떤 실질적인 자치를 중국으로부터 얻어낸다면 모가 될 것이고, 반대로 중국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유혈사태가 벌어진다면 도가 될 것”이라며 “현장에서 봤던 사람으로서 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정연 기자는 “시위대가 과격하게 대응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시위 초반 중국과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려 했었고, 또 홍콩 시민들의 요구 사항이 다른 나라 국민들이 봤을 때도 부당하지 않다”면서 “이 상황을 나 몰라라 한다면 중국이 무력 개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 국제 사회가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