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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과 첫 만남 앞두고 기수 성명 쏟아진 헤럴드경제

10개 기수, 경영진 작심 비판

박지은 기자  2019.08.27 23: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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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바뀐 대주주와 헤럴드 직원들의 첫 만남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헤럴드경제 사내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2017년에 입사한 26기 기자 일동의 성명서였다. “‘남아달라’ 말하면 ‘민폐’가 되는 회사…우리는 ‘희망’을 잃어버렸다”로 시작하는 성명서에서 기자들은 헤럴드경제의 5가지 실패를 조목조목 짚고, 회사를 향해 5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26기 기자들의 성명이 나온 다음날인 23일엔 8개 기수(18~25기)의 성명이 이어지고, 25일도 17기의 성명이 더해졌다. 대주주가 바뀌었지만, 회사는 달라진 게 없다는 실망감과 구성원들 요구는 무시하고 대주주 눈치만 살피는 권충원 대표 등 헤럴드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중흥그룹이 지난 5월 헤럴드를 인수한 이후 언론노조 헤럴드지부와 헤럴드기자노조, 헤럴드경제 기자협회, 코리아헤럴드 기자협회 등은 TF팀을 꾸려 사측에 요구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권충원 대표가 임직원 전체에게 보낸 메일과 헤럴드 기자협회를 통해 전달된 경영진 메시지에서는 인력 충원, 취재비 인상, 조직개편 정도만 언급됐다.


26기 기자들은 “경영진은 기자들이 염원을 담아 조직한 TF팀의 요구안을 무시했다. TF의 10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채용 규모 확대, 취재비 10만원 인상, 조직개편 단행이라는 세 가지 허울만 던져주고 ‘가만히 있으라’했다”며 “중흥이라는 대주주를 맞아 헤럴드가 중대 변혁기를 맞았다는 점을 감안, 경영진과 기자협회가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가칭 구체적인 정상화 로드맵을 만들어 수개월 내 공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21기 기자들은 “새 경영 방침을 세우고 세부 전략을 짜기까지는 응당 시간이 필요해 시간을 줬다. 대표가 직원 전체 메일과 기자협회장 면담을 통해 밝힌 비전은 기다림을 배신한 것”이라며 “‘2023년 1등 경제 매체’, ‘2023년 업계 최고 대우’는 매일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일선 기자들에게는 뜻이 짐작도 안 될 정도로 허황된 구호다. 취재 인프라 개선에 대한 대주주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 한 기자는 “대주주가 바뀌고 나서 이렇다 할 비전 발표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첫 워크숍마저 상견례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감을 느껴 기자들이 성명을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일부 기자들은 지난 23~24일 1박2일 일정으로 지난 7월 헤럴드 회장에 취임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참석한 헤럴드 임직원 워크숍에 불참했다.


이날 전남 나주 중흥골드스파&리조트에서 열린 워크숍은 정 회장을 비롯한 중흥그룹 임원진과 헤럴드경제, 코리아헤럴드 등 헤럴드 임직원 간 첫 상견례를 겸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정창선 회장은 “중흥은 편법 불법을 막아달라고 헤럴드를 인수하지 않았다. 정직하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헤럴드가 만들면 명품 신문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워크숍 이후에도 성명은 이어졌다. 지난 25일 17기 기자들은 “대주주가 변경되고 후배들로부터 소통의 물꼬가 트인 작금을 놓쳐선 안 된다”며 “헤럴드경제의 발전을 위해 아래로부터의 소리에 경영진은 전향적으로 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워크숍에 참가한 한 헤럴드경제 기자는 “성명 내용이 워크숍의 공식적 안건은 아니었지만, 임직원과의 대화에서 소통하겠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릴레이 성명과 관련해 신창훈 헤럴드 기획조정실장은 “기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회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논의를 하고 있다. 비전 제시를 포함해 소통 방식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것에 대해서 고쳐 나가겠다”며 “새 대주주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걸 왜 모르겠나. 이번 성명들은 더 건강하고 발전된 조직으로 만들어나갈 자정 작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