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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우리사주, 호반 M&A 맞서 1대 주주 지위 복원할 것"

지난 3일 서울신문 사원 180여명 '만민공동회' 열어 대응안 결의

최승영 기자  2019.07.04 18: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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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이 3대 주주가 된 서울신문사 구성원들이 3일 만민공동회를 개최하고 ‘우리사주조합 1대 주주 지위복원’을 대응 방안으로 결의했다. 갑작스런 건설 자본 유입에 대항 노선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궁극적으로 ‘독립된 지배구조 확보’를 위한 첫 단계 목표를 정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사주조합장 박록삼)은 4일 내부 게시글에서 “서울신문의 진짜 주인은 바로 서울신문 사원들”이라며 “이달 중으로 여러분의 힘과 뜻을 모아 서울신문의 1대 주주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호반건설이 19.4% 포스코 보유 서울신문 지분을 전량 매입, 3대 주주 자리를 꿰찬 사실이 갑작스레 통보되며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3일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만민공동회 자리를 열어 이 같은 총의를 확인했다.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신문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한국기자협회 서울시문지회,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등이 마련한 자리엔 180여명 구성원이 참석, 호반건설이 3대 주주가 된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을 함께 고민했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제공
사주조합은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의 3대 주주로 들어왔다는 충격적 소식에 대한 여러분들의 걱정과 불안, 향후 서울신문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세 가지 일치된 의견을 전했다. △호반건설의 51% 이상 지분확보 불허 관철 △호반건설의 기획재정부 지분 매입 불허 △구성원 희생까지 감내한 우리사주조합 1대 주주 지위 복원 등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현재 서울신문사 지분현황은 기획재정부(30.49%), 우리사주조합(29.01%), 호반건설(19.4%), KBS(8.08%) 등이다. 

사주조합은 현 사태를 방기한 정부 비판과 함께 사주조합원의 굳은 의지도 당부했다. 이들은 “정부는 1대 주주를 자처하면서도 인사권에만 관심 가졌을 뿐, 정작 언론 공공성의 가치는 도외시 하고, 1대 주주로서 책무 또한 내팽개쳐왔다”면서 “탐욕적 건설자본이 언론사의 주주로 참여하는, 공공성 훼손의 사태를 묵인하거나 방조했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더 큰 힘으로 만들어 달라. 이른 시일 내 임시조합총회를 통해 우리의 의지를 내부적으로 스스로 확인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마련,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신문 만민공동회’에선 활발한 토론이 오갔다. 서울 오후 6시 10분께 시작한 자리는 격론에 격론을 거듭한 끝에 밤 8시30분이 돼서야 끝났다. 180여명의 사원들이 참여해 이 사태에 대한 구성원들의 높은 관심한 심각한 우려 수준을 방증했다. 장형우 언론노조 서울신문장은 이날 야근으로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구성원의 이메일을 대독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호반건설 지분매입으로 회사가 정신이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호반건설로 검색하면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3대 주주로 등극했다고 합니다. 주인이 됐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어떤 보도에선 호반이 1대 주주가 되면 어떻게 될지도 나옵니다. 우선 서울신문 사옥 재건축부터 하고, 제작국과 발송국을 외주화하거나 폐쇄할 것이라 합니다…(중략)…우리가 할 일은 없는 것입니까.”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신문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한국기자협회 서울시문지회,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등이 마련한 자리엔 180여명 구성원이 참석, 호반건설이 3대 주주가 된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을 함께 고민했다.사진은 호반건설의 지분매입 경위 설명과 대응 입장 등을 전하는 서울신문 고광헌 사장 모습.(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제공)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4인도 참석해 그간의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을 전하고 입장을 표했다. 서울신문사 경영진은 지난 2일 1대 주주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는 등 △이 건에 대한 청와대와 기재부의 입장과 진행 과정 △포스코의 지분 매각 절차와 의견수렴 과정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이유 등에 대해 파악했다. 

3일 고 사장에 따르면 기재부는 포스코 지분 매각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정부 지분 처리에 대한 외부 문의도 없었고 내부 검토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지분 처리에 대해 검토를 한 바 있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어 중단했고 현재도 지분처리 계획이나 방침은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대주주로 서울신문 지분을 갖고 있는 게 능사가 아니란 생각은 하고 있지만 민간에 이익을 줄 의도는 없다고도 했다. 또 소유지분 변화가 필요하다면 서울신문에 알려 공식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며, 서울신문 독립추진위원회(서울신문사 내부 지배구조 독립을 위한 기구) 논의 내용을 참고해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지분 매입을 모르는 일이라고 했으며 호반건설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회장 결정에 따라 추진한 것으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포스코은 민간기업으로서 주력 업종·사업 외 자산이나 유가증권을 매각한다는 방침이 있어 매각한 것으로 설명했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실무부서에서 ‘서울신문 지분은 다른 지분과 성격이 달라 정부와 상의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간부 선에서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기업이던 포스코은 지난 2000년 정부 지분을 팔아 민간기업이 됐다. 이에 따라 기존 포스코이 가진 서울신문 지분은 ‘국민주’로서 성격이 강했는데 갑작스레 호반건설이 차지한 것이다. 기재부는 민간기업 차원에서의 지분 매각을 못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게 현 입장이다.

이날 경영진 발언에선 호반건설의 3대 주주 등극이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 M&A(인수합병)’의 시작일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배경설명이 나오기도 했다. 안용수 서울신문 부사장은 사견을 전제로 “제가 판단할 때 호반건설의 인수는 100% 적대적 M&A 플랜의 1단계”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국고재산 매각절차의 예외조항을 “정교한 플랜” 아래 이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국유재산법상 국고자산은 공개매각이 원칙이지만 기존 출자한 주주들에겐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허하고 있다. 단, 주주 지분이 20%를 넘으면 수의계약이 불가능한데 이번에 호반건설이 매입한 포스코 지분은 19.4%였다. 안 부사장은 “경영진이나 타 주주에게 사전통보나 협의가 없었다. (적대적 인수합병 의도가 아니었다면) 자신감이 없었다면 지분 인수를 그렇게 공개적으로 자신있게 발표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포스코의 지분 매각이 원천무효 아니냐는 구성원의 성토와 법리적 대응 요구도 나왔다. 고 사장은 이에 대해 “대부분 회사는 지분 변동이 있을 때 가장 가까운 이해관계자(주주 등) 에게 양도할 수 있는 옵션을 정관에 걸거나, 주주들끼리 그런 옵션을 만들어둔다. 그런데 우리 정관엔 그런 조항이 없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스코가 국영기업 당시 주식을 양도해 관리하라고 했을 땐 국유재산으로서 성격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민영화된 기업으로서 합법적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며 “그래서 포스코 임원들이 (지난달 25일) 왔을 때  ‘공익적 차원에서 굉장한 도덕적, 윤리적 배임’이라는 법적 구속력 없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신문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한국기자협회 서울시문지회,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등이 마련한 자리엔 180여명 구성원이 참석, 호반건설이 3대 주주가 된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을 함께 고민했다. 사진은 장형우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제공)
이날 만민공동회의 ‘우리사주조합 1대 주주 만들기’ 결의로 서울신문 구성원은 대응기조의 첫 목표를 정했다. 향후 대응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이 같은 사태의 반복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50.01% 지분확보 계획수립과 이행 역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사주조합의 1대 주주 복원은 구성원의 ‘독립언론’으로서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측면이 매우 크다. 서울신문은 해당되지 않지만 상장사의 경우 1대 주주는 지배주주로서 타 주주 지분변동을 동의할 권한을 갖기도 한다. 

무엇보다 현재 서울신문에선 1대주주가 정관상 사장추천위원회 개최권한을 보장받는다는 측면이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사주조합이 1대주주가 되면 현재로선 호반건설이 다른 우호 지분을 갖고 들어와 온다 해도 산술적으로 최대주주 지위와 사장추천권한은 우리사주조합이 가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공적 지배구조 아래 정권 교체 때마다 빈번히 ‘낙하산 사장’ 논란이 일었던 서울신문에선 관행 아래 2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이 해당 사추위 개최권한을 갖고 견제카드로 활용해 왔다. 

만일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1대주주가 되기 위해 현재 최대주주인 광주방송 지분을 매각한다면 이 자체로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 ‘언론사를 써먹을 만큼 써먹다가 토사구팽하는 건설사’ 이미지가 현실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문법상 자산규모 10조미만 기업이 신문사 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방송사 지분을 10%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 앞선 서울신문 경영진과 기재부 장관 면담에서 정부는 ‘민간기업에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서울신문 지분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를 계기로 서울신문 독립추진위원회는 그간 중장기 계획으로 잡았던 ‘서울신문 독립 방안’의 3~4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당면 과제로 고민하고 있다. 당장 1대 주주가 되기 위해선 1.4%이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비용 외적으로 고민거리가 많다. 나아가 지배구조를 두고 반복되는 문제를 일축하기 위해선 최소 50.01%까지 지분을 늘려야 한다. 조직 노령화로 다수 퇴직자가 나오면서 현재 2대 주주 자리로 내려앉았고, 앞으로도 많은 퇴직이 예상된 상황에서 목표를 이뤄야 한다.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신문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한국기자협회 서울시문지회,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등이 마련한 자리엔 180여명 구성원이 참석, 호반건설이 3대 주주가 된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을 함께 고민했다.(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제공)
장형우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은 이날 만민공동회에서 “일단 목표로 1대 주주 지위 회복으로 하고 그리고 영구적으로 흔들 수 없도록 50%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뜻을 모아 결국 투표도 해야할 것으로 본다. 노조도 부담을 지겠지만 방안은 경영진이 생각하라. 마침 서울신문 독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경영진이지 않나”라고 했다. 

류지영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장도 “설사 정부가 더 이상 지분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이걸 계기로 우리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야 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현명한 방향을 숙고해서 중도언론으로서 서울신문을 지켜갈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