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8일 총경 승진자 17명에게 ‘주의’ 조처를 내렸다. 지난 5월29일 경찰대학에서 실시된 ‘치안정책과정’의 일부인 성평등 교육에서 해당 경찰들이 강의를 방해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다른 징계 없이 주의에만 그쳐 여전히 경찰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의를 맡았던 권수현 박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교육생들은 처음부터 이 강의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냐’며 불평하면서 15명 이상이 자리를 비워 토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성 평등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관리자의 고민은 거의 공유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경찰의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실감할 수 있는 일들이 여성 기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일하는 시간 대부분을 경찰서에서 보내는 수습기자들은 경찰에게 성차별적인 발언을 듣거나, 성희롱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기자가 직접 들은 경우만 해도 경찰이 “시집이나 가지 왜 기자를 하냐”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취재차 경찰과 식사를 하고 있으면 동료 경찰들이 “데이트 잘해”라며 지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이 기자에게 메신저로 성희롱 사진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이들 경찰의 문제는 기자들을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닌 ‘여성’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시집이나 가라’, ‘데이트 잘해’와 같은 말들이 해당 경찰에게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여성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는 의미가 담겨있고 기자 일과는 상관없는 여성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성차별적 발언이다. 안 그래도 힘든 수습 기간 중 일부 경찰들의 행태 때문에 기자들은 더욱더 괴롭다. 여성 수습기자들의 고충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수습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저 일을 잘 해내야 하고 고충을 털어놓을 데도 없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 피해를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한 기자는 “경찰이 기자들한테도 이러는데 여성 대상 범죄 피해자들에게는 어떻게 대할지 뻔하다”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일부 경찰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기자들의 피해 사례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걸 보면 분명 경찰 조직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경찰과 같이 남성 비율이 높은 조직에서 내부 개선이 없는 한 여성 기자들의 피해는 계속해서 생길 것이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기자가 언론사에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한국언론재단이 발간한 ‘2018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2017년 언론산업의 여성 기자 수는 전년과 비교해 종이신문 3.0%, 방송 7.5%, 인터넷신문 24.2% 늘어 여성 기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그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수습기자들이 경찰서로 향할 것이다. 기자들의 피해가 또다시 들리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