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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순간"… 예측불능 현장 탓에 좌충우돌

남북미 정상 '판문점 만남' 취재 현장 이야기

김고은 기자  2019.07.03 14: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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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정말 대단한 장면을 봤다. 살아생전 이런 장면 다시 볼 수 있을까.”


지난달 30일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남문희 시사IN 한반도 담당 선임기자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분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판문점에서 북미 양국 최고 지도자가 손을 맞잡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대다수 국민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 밖 실제 현장의 모습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북미 정상의 만남이 하루 전에 깜짝 성사된 탓에 취재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조율할 시간이 부족해 곳곳에서 충돌이 이어졌고, 취재진 사이에 실랑이도 이어졌다. 혼란스럽던 현장 상황은 자주 흔들리던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자협회보는 당시 판문점 남북미 회동 현장을 취재한 풀기자단에게 취재 뒷이야기를 듣고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풀취재 내용 외에 보고 들은 것을 말할 수 없다’는 풀기자단 규정에 따라 인터뷰는 할 수 없었다. 다만 국내 취재진이 보안과 취재 제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만남 제안부터 성사까지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탓에 취재 일정이나 동선에 대해 사전에 확인 가능한 내용은 극도로 제한돼 있었고, 대부분은 현장에서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30일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기정사실로 확인된 뒤에도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경호 엠바고를 이유로 대통령의 동선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마지막까지 기자단 사이에서는 북미 정상이 만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둘만 만나는 것인지, 셋이 만나는 그림은 전혀 안 나올 것인지를 두고 설왕설래했다”면서 “남북미 세 정상이 만난 것은 나중에 화면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DMZ로 떠난 풀기자단 역시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취재하게 될지 사전에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북미 협의로 이뤄진 만남이었기 때문에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동선을 사전에 알 수 있었던 반면, 우리 쪽 기자들에겐 정보 공유가 거의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자유의 집으로 이동해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도 가장 먼저 들여보낸 이들이 미국 풀기자단이었다. 우리 쪽 지역에서 이뤄진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이 오히려 취재 제한을 받았던 셈이다. 우리 사진과 카메라 풀기자도 당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촬영했지만, 생중계 화면은 흔들리기 일쑤였고, 정상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경호 인력이 화면을 가리는 일도 잦았다. 긴박했던 일정 탓에 취재 동선에 대한 사전 협의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1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우리 언론이 촬영해 보도한 영상보다 화면 구성도 훨씬 다양하고 안정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언론이 아쉬움을 삼킨 것은 이날 만이 아니었다. 전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환영 만찬 행사에서도 국내 언론은 속된 말로 물을 먹었다. 대통령 일정인 만큼 생중계를 하지 말아달라는 춘추관의 요청을 국내 언론은 받아들였지만, 미국 측에선 거부한 것이다. 결국 이날 국내 방송사들도 AP가 촬영한 영상을 받아서 생방송으로 내보내거나 뉴스에 사용해야 했다. 청와대 출입 또 다른 기자는 “우리 땅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우리도 국내 서비스를 잘 하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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