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분에 꿈을 꿨고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찬 SBS 스포츠부 기자는 지난 15일 U-20 월드컵 결승전 직후 정정용 감독을 인터뷰했다. 그는 패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감독에게 인터뷰 말미 이 같은 말을 건넸다. 비록 결승전에서 패배했지만 연거푸 기적 같은 승리를 선사하며 준우승을 거둔 U-20 남자축구 대표팀에 국민들이 전하고 싶은 말 아니었을까. 이 감동을 전하기 위해 기자들은 폴란드 현지로 날아갔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희열은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시차와 이동거리, 대표팀 승승장구와 함께 자꾸만 길어지는 출장기간의 어려움 속에서 기자들은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KBS, MBC, SBS 기자들은 주요 매체 중 가장 먼저 현지로 향한 경우다. 지상파 3사 ‘풀단’은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지난 2일 아르헨티나전 승리 후 곧장 출국했다. 1차전에서 패배한 데다 ‘죽음의 조’에 속한 터라 마지막 순간에야 출국 일정이 확정됐다. 예상과 다른 조 2위 진출로 경기 개최 도시가 달라지며 새로 예약을 하는 난관도 겪었다. 경기장이 있는 루블린과 비에스코 비아와, 우치를 넘나드는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결승을 앞두고 추가 ‘풀단’이 파견됐지만 먼저 간 기자들은 18일까지 보름 넘게 폴란드에 머물렀다. ‘7시간’ 시차 탓에 더 피곤하고 쫓기는 일정이었다. 하무림 KBS 스포츠취재부 기자는 “초반 일주일엔 오전 5~6시(현지시각)면 깨서 9시뉴스 준비를 하고 기사를 썼다. 특히 방송3사 아침뉴스가 오전 6시(우리시각)에 시작하는데 그러면 거기선 밤 11시까진 마무리를 해야 했다. 공개훈련이 오후 7시 넘어 끝나거나 하면 빠듯했다”고 말했다.
결승 진출 후 국내 매체의 관심이 커져 조별리그 당시 10여명 안팎이던 취재진이 결승전엔 30여명까지 늘었다. 지난 10일 4강 진출 후 출국했다가 18일 귀국한 김형준 한국일보 스포츠부 기자는 “(어제)아버지가 ‘대표팀은 왔는데 넌 왜 안 오냐’고 하시더라. ‘대표팀은 기사를 안 쓰잖아요’라고 했다(웃음)”면서 “밤에 온라인 기사를 쓰고 4~5시간 자고선 지면 기사를 써야하니 어려웠다. 새벽경기 후 인터뷰 쓸 게 많은데 회사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고 정말 고생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현장에 있었던 걸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또 스포츠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정찬 기자는 “이강인 선수를 보며 천재가, 또 막내가 어떻게 팀에 기여해야하는지 정답을 본 거 같다. 경기를 뛰지 못한 이규혁 선수가 ‘못 뛴다고 표정에 드러내지 말자’는 걸 보며 희생이나 헌신이 폄하되는 시대 그 가치를 알려준 팀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일을 침몰시킨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취재도 했던 하무림 기자는 “한국축구에서 기념비적인 대회를 몇 번이나 봐서 영광스러웠고 인연인가 싶다”면서 “4강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교민들이 많이 오셔서 뜨거운 응원을 해주셨는데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이어 “스포츠엔 객관적인 전력이 있는데 그걸 넘어선 정신력, 투지를 본 거 같다. 상당 선수는 한국 축구 미래를 이끌어가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김형준 기자는 “이 친구들은 대표팀 지원스태프 12명을 존중한다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대한축구협회 내에서 ‘어둠의 자식들’로 여겨지던 분들”이라며 “(어떤 벽을) 이 선수들이 허물어 가는 게 의미가 크다. 어른보다 낫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