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주 52시간 상한 근로제가 300인 이상 방송사에 도입되지만 방송사 대부분은 아직도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례제외업종으로 1년간 적용이 유예됐지만 노사 간 주 52시간을 어떻게 맞출지 합의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고 이제야 세부적인 협의를 시작한 곳들이 다수였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300인 이상 특례제외업종 1051개 사업장 중 주 52시간 초과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은 154곳(14.7%)이었는데, 특히 방송업의 경우 18개 사업장 중 10개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초과자가 있었고 6곳은 노동시간 초과자가 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보도, 방송제작 등 특정 직군에서 초과근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노선버스, 방송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주 52시간 초과 비율이 높아 면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사에선 시행 한 달을 앞둔 최근에서야 사측이 초안이나 부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YTN에선 지난 주 회사가 제시한 초안을 토대로 노동조합이 논의를 하고 있고, MBC는 이 주 말이나 다음 주 초 회사 안이 나올 예정이다. 반면 일부 방송사에선 회사가 초안을 언제 제시할지 감도 못 잡고 있는 형편이다. 한 방송사 노조 관계자는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사측이 준비가 안 돼 그저 기다리고 있다”며 “노사 협상으로 바로 결정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조합원들 의견을 수렴해야 해 이미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방송사가 주 52시간 준비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MBC의 경우 노사 간 ‘노동시간 총량 단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해 지난해 11월5일부터 지난 1월27일까지 12주간, 1주 평균 노동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구성원의 주 평균 노동시간을 4월, 5월, 6월 각각 5%P씩 단축해 총 15%를 감축하는 계획을 세웠고 실행 중이다. EBS에서도 이달부터 매주 52시간 초과근무 내역은 본인과 소속 부장 및 부서장에게 통지하고 업무를 개선토록 하고 있다. CBS 역시 4월 한 달 간 직원별 출퇴근 시간을 전수 조사해 이를 기반으로 회사가 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그러나 회사가 안을 내놓더라도 실질적인 근로시간을 줄이기보다 직군별 특성에 맞는 유연근로제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 노조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BS의 경우 지난 3월18일부터 노사 간 논의를 시작했지만 사측이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시간제를 제안하고 있다. 4주를 기본 단위로 총 근로시간 208시간 안에서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배분케 하고 이조차 초과할 수 있는 일부 기자와 드라마·예능 PD들은 재량근로를 적용해 노사 간 인정한 시간만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임현식 언론노조 KBS본부 노사국장은 “유연근로제를 도입하지 않고서는 방송국이 운영되지 않을 정도로 불가피한 부분이 없지 않다. KBS 전체 인원이 5000명이라고 한다면 대략 10%인 500명 정도가 주 52시간 이상을 근로하고 있다”며 “이 사람들을 위한 유연근로제가 도입돼야 하는데 부서도 제각각이고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지라 의견 통일을 이루기가 어렵다. 어떻게 하면 불합리하지 않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