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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경찰에 상을 주고, 상 받은 경찰은 1계급 특진을 한다?"

조선일보·경찰청 '청룡봉사상' 수상자 특진 등 놓고 각계 우려

강아영 기자  2019.05.29 15: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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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경찰청이 공동 주관하는 청룡봉사상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장자연 사건’을 조사했던 수사팀 관계자가 청룡봉사상을 받고 특별 승진을 했다는 보도가 최근 일부 언론에 등장하면서다.


1967년 제정돼 올해로 53회를 맞은 청룡봉사상은 국가안보, 대민봉사, 범죄소탕에 앞장선 경찰관 등에게 수여됐다. 그러나 심사 과정에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사회부장이 참여하고 수상자로 선정된 경찰관에게 1계급 특진 혜택이 주어져 그동안 ‘권언유착’이라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경찰 내부 자료를 특정 언론사에 제공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와 2년간 시상이 중단되기도 했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선 특정 언론사가 경찰의 특진을 좌우하는 것은 인사권 개입으로 비칠 수 있고 경찰 수사 공정성과도 직결될 수 있다며 특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18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와의 청룡봉사상 공동주관과 수상자 1계급 특진제를 당장 폐지하라고 경찰청에 촉구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 스스로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경찰의 인사권을 특정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현 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며 “이미 문제로 인식된 제도를 강행하는 것은 약 12만명 대한민국 경찰의 명예와 자긍심을 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청은 사실상 상을 존속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공정성·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룡봉사상 예비심사에서 조선일보 간부를 빼는 개선안을 내놨지만 내달 열릴 청룡봉사상 시상식엔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심사 과정상 특정인을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조선일보 간부들이 심사에 참여하긴 하지만 외부 심사위원들도 많고 경찰 쪽 인사들도 있어 특정인에게 상을 몰아줄 수 없는 구조”라며 “게다가 수상 대상자가 순경, 경장 등 비 간부다. 치안감이나 총경이 대상이라면 경찰 승진에 관여하고 조직을 쥐락펴락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수십만명이나 되는 비 간부 중 몇 명에게 주는 상에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에 유사한 시상식이 많다는 것도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억울한 지점 중 하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을 대상으로 상을 수여하고 1계급 특진 혜택이 주어지는 등 비슷한 유형의 시상식이 6개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와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에게 수여하는 ‘청백봉사상’을 비롯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경찰청, 국방부 등과 함께 경찰과 소방공무원, 군인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영예로운 제복상’ 등이 대표적 사례다. SBS의 ‘민원봉사대상’, 부산일보의 ‘무궁화봉사상’, KBS의 ‘KBS119소방상’, KBS와 서울신문의 ‘교정대상’도 모두 공무원을 대상으로 1계급 특진을 특전으로 내세우는 유사한 상들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민주언론실천연합 등 18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조선일보 경찰청 청룡봉사상 공동 주관 및 수상자 1계급 특진제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 제공

이봉우 민언련 모니터팀장은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정부기관과 함께 똑같은 형태의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려는 취지였다”며 “당장 문제가 돌출된 건 아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이 문제를 반성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조선일보의 경우 하급 공무원이든 간부든 언론사가 경찰이라는 공권력 집단의 인사에 개입하는 형태인 만큼 문제가 없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봉 언소주 사무처장은 “청룡봉사상이 제정된 해가 1967년이다. 언론사가 정부 관공서와 공동 주관해 1계급 특진 혜택을 부여한 최초의 상이었다”며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이 10년 뒤 중앙일보의 청백봉사상이고 동아일보의 영예로운 제복상은 한참 뒤인 2012년에 제정됐다. 말하자면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시작한 형태의 상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청룡봉사상 문제부터 바로잡는다면 다른 상들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