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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들 '김영란법' 시행후 해외연수 지원 늘렸다는데…

18개 언론사 사내 해외연수 지원 현황 조사해보니

김달아 기자  2019.04.03 14: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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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이 차장인 A 기자는 최근 동료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았다. 지난달 언론 관련 기관이 선발한 해외 연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서다. 그는 올해 하반기 가족과 해외로 떠나 현지에서 1년간 공부할 계획이다. 2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며 기다리고 기다려온 시간이다.


A 기자는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지쳐버렸다. 하루하루 업무에 치이느라 기자로서 원대한 포부를 세우거나 이를 실현할 여력이 없었다”며 “연수 1년간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그간 못 봤던 책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쓸지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업무 강도가 센 기자들에게 1년짜리 해외 연수는 사실상 유일한 재충전의 기회다. 연수자로 선정된 15년차 전후 기자들은 기자생활의 반환점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차분히 미래를 내다볼 시간을 갖는다.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10명)과 LG상남언론재단(10명), 성곡언론문화재단(3명), 한국여기자협회(4명)가 1년간의 해외 연수 지원 대상자를 발표했다. 이들 기관이 선발한 연수자는 모두 27명이다. 하반기에 예정된 관훈클럽(3명 이내) 지원 등을 포함하면 매년 해외 연수를 떠나는 언론인은 30여명 선이다. 이는 지금보다 언론계에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 더 많았던 2016년(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 비하면 1/2~2/3 수준이다. 선발 인원이 대폭 줄어든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은 회사 경비로 해외 연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기자협회보가 종합일간지 9곳, 지상파 방송사 3곳, 경제지 3곳, 통신사 3곳 등 총 18개 언론사의 사내 해외 연수 지원 현황을 살펴봤다. 외부 기관 지원에 준하는 1년간의 학비와 체재비 등을 지급하고 있는 곳은 동아일보(채널A), 조선일보, 중앙일보(JTBC), SBS, 연합뉴스 등이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해외 연수제도를 만들고 뉴욕, LA에서 1년 동안 지낼 기자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KBS와 MBC에는 관련 제도가 있으나 최근 3년간 시행되지 않았다.


앞서 청탁금지법 시행 이듬해인 2017년 한국경제는 실리콘밸리 등에 1년 임기 연수특파원제를 도입했다. 동아일보(채널A)는 1년 장기 해외 연수와 3개월 현지 어학원 연수 지원 등을 포함한 ‘DNA 프런티어’를 신설했다. 중앙일보(JTBC)도 오래전 마련해놨던 해외 연수 지원제도를 이때부터 다시 활성화했다. 지난해엔 한국일보가 1~6개월 단기 해외 연수 겸 장기 취재 지원 제도를, 매일경제는 6개월 실리콘밸리 연수를 처음 시행했다.


현재 세계일보와 한겨레는 외부 기관의 연수자로 선발된 기자에게 월급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외부 기관 연수 지원자(5명가량)를 자체적으로 뽑고 선정 유무와 상관없이 연수희망자에게 월급을 준다.  서울경제는 외부 기관 연수 탈락자에게도 학비를 지급한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뉴스1, 뉴시스 등에는 사내 해외 연수 지원 제도가 없다. 다만 기자가 자비로 연수에 들어가면 무급으로 휴직할 수 있다.


지난달 해외 연수 제도를 신설한 국민일보의 노조 관계자는 “외부 지원이 줄면서 사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최근엔 이직하는 젊은 기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회사생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자는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였다”며 “저희를 시작으로 중소언론사들도 연수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