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를 중단하라!” “조직개편 원천무효!” “윤석민은 손을 떼라!” “박정훈은 물러나라!”
28일 서울 목동 SBS 사옥 20층에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과 노조 대의원들이 모였다. 사장실이 있는 20층에서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5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SBS노조는 최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노사 합의 파기 움직임을 규탄했다. 점심시간엔 1층 로비에서 50여명의 구성원들이 ‘태영건설 윤석민의 SBS 장악 거부!’ ‘윤석민 아바타 조직개편 무효!’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민 회장이 SBS를 사유화하려 한다며 비판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선 회사가 건물 일부를 봉쇄하며 집회 참가자들이 한때 격리됐다. 또 20층에서 박정훈 SBS 사장과 이동희 SBS 경영본부장이 노보를 전달하려는 윤창현 SBS본부장과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과 마주쳤으나 무시하며 지나가 윤창현 본부장이 거칠게 항의하는 등 갈등이 노골적으로 불거지기도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SBS 미디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태영건설 대주주 윤석민 부회장이 지난 25일 태영건설 회장직을 승계했다. 오늘로 윤석민 회장이 취임한 지 4일째인데 4일 만에 벌서 SBS 전 조직이 쑥대밭이 됐다”며 “윤석민 회장 취임에 발맞춰 SBS 안팎에서는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지난 2월20일 SBS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주주 간 3자 협약에 대한 파기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실제로 사내 곳곳에서 윤 회장이 SBS 사장과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 등에게 합의파기를 지시했다는 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으며, 최근 사측의 여러 움직임은 이런 불온한 시도가 실행에 옮겨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SBS 노사는 지난달 20일 SBS 수익 유출 문제에 종지부를 찍자며 SBS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지난달 22일엔 합의 이행 1단계로 SBS 미디어홀딩스가 우선적으로 자회사 SBS 콘텐츠허브의 지분(64.96%)를 전부 SBS에 매각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SBS 사측이 드라마 기능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스토리웍스 대표인 김영섭 드라마본부장을 유통기능을 담당하는 SBS 콘텐츠허브 사장으로 임명하는 겸직 발령을 내자 SBS 내부에서 2.20 합의를 파기하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인사와 관련 “사측이 SBS에서 분리를 추진하는 회사(스토리웍스)와 SBS 기능과 자산을 완전히 합치기로 합의한 회사(SBS 콘텐츠허브)를 한 사람이 동시에 경영하는 희한한 인사”라며 “이 인사는 SBS로 콘텐츠허브의 유통기능과 자산을 완전히 내재화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깨고 두 회사를 SBS 외곽에서 합병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미 경영진 내부에서는 윤 회장이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설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고, 상암동 프리즘타워 16층엔 콘텐츠허브 직원들과 드라마 간부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는 물리적 합병 작업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노조는 SBS 자회사로 편입된 콘텐츠허브 이사회 구성도 윤석민 회장의 SBS 재장악 음모가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SBS 자회사가 된 콘텐츠허브의 이사임면권은 대주주인 SBS 경영진에 있지만 지난주 콘텐츠허브 이사회 의장에 윤 회장의 최측근인 장진호 전 SBS i 대표가 임명돼서다.
윤창현 본부장은 “SBS i는 과거 윤석민 회장이 직접 경영했던 회사로 장진호씨는 초기부터 윤 회장 아래서 일해 온 최측근이자 윤 회장과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이라며 “이뿐 아니라 콘텐츠허브 경영권을 SBS가 인수했음에도 이사진 다수는 윤 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사진 구성은 윤 회장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복수의 사측 인사들이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SBS 이사회 안건에 이사회 의장 교체와 조직개편안이 상정된다고 하자 노조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윤 회장이 콘텐츠허브 이사회에 이어 SBS 이사회도 장악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SBS본부는 “현재 이사회 의장인 SBS 대표이사 박정훈 사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자신의 아바타인 사외 이사 1인을 의장으로 내세울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결국 임명동의제를 통해 독립성을 보장받은 대표이사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고 아바타를 내세워 SBS를 장악하겠다는 윤석민 회장의 비겁한 음모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임명동의제 합의의 뿌리를 흔들며 이사회 의장 교체를 시도하는 것은 SBS 독립 경영 약속을 폐기하고, 콘텐츠허브 등 SBS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자회사 통제권을 아바타 이사회 의장을 통해 윤석민 회장이 장악하겠다는 수순임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이런 흐름이면 보도와 편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윤 회장이 수익기능을 통제해 SBS의 현금 흐름이 망가지게 되면 이전 지주회사 체제 아래 수익이 콘텐츠허브로 빠졌을 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며 “당시 보도본부에선 중간광고를 도입하기 위해 박근혜 정권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 그런 일이 반드시 또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이사회 의장 교체 건은 상정되지 않았지만 조직개편 안건이 통과돼 구성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윤창현 본부장은 “조직개편은 전략기획실의 경영기획 기능과 자산개발 기능을 다 경영본부로 옮긴다는 내용인데 그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영본부장이 이동희 본부장인 것이 문제”라며 “이동희 본부장은 이 국면에서 계속 윤 회장 비서 노릇을 하고 있다. SBS 전략 기능 자체를 윤 회장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측이, 태영건설 윤 회장이, 합의를 순차적으로 흔들고 이에 저항하는 SBS 내부의 양심적인 세력을 하나하나 제거하겠다고 달려들 것”이라며 “이 시점부터 소유경영 분리를 선언했던 기본 원칙을 사측이 스스로 모조리 파기한 것으로 규정한다. 오늘 이사회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측은 "자회사의 이사 선임권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며 윤 회장의 지시가 아니라 SBS 경영진의 뜻으로 콘텐츠허브 이사를 구성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