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기자대회에 참가한 50개국 70여명의 기자들이 서로 깊이 알고 이해하기에 일주일은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 첫날인 지난 25일 개막식이 열린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세계 언론 현황’을 주제로 각국의 언론 상황을 소개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발표를 맡은 14개국의 기자들은 프레젠테이션, 동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를 준비했다. 몽골 기자연합회장은 전통의상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바레인 뉴스통신사의 하빕 토우미 기자는 중동 국가의 여성 인권이 후진적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은 듯 했다. 그는 “얼마 전 바레인 기자협회장 선거에서 여성이 회장으로 선출됐다”며 “전체 임원 8명 중 3명이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코스타리카의 데니스 모라 구즈만 기자는 “제 모국은 작은 나라지만 언론이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 정치적 안정과 인권 존중, 환경 보호를 지켜온 나라로 최근 군대 예산을 돌려 교육과 보건, 인권, 환경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카다르 마울 이스메일 소말리아기자연합 인권정보실장은 “기자들은 체포, 구타, 살해 등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도 “소말리아 언론인들은 대중에게 정보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인들이 처한 상황은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바로 소셜미디어의 위협과 가짜뉴스의 범람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고민이다. 호주의 폴 머피 미디어엔터테인먼트예술동맹 회장은 “기존의 언론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하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광고를 독점하면서 지난 10년 간 40만 개의 언론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필리핀의 라몬 툴포 기자는 “필리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하루 평균 3시간 사용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견과 가십을 많이 접하다보니 가짜뉴스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세계 기자들을 하나로 묶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평화다. 하빕 토우미 기자는 “테러로 인한 희생자가 많다”면서 30초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기자들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으로 그의 뜻에 동의했다. 토우미 기자는 “한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서 이런 절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에 눈은 휘둥그레, 엄지 척
대회 이틀째인 26일 첫 일정은 서울 은평구에서 시작했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을 찾은 외국 기자들은 한옥과 한글 켈리그라피의 매력에 빠져보고, 한옥마을을 병풍처럼 두른 북한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인 만큼, 독립운동의 역사와 유물을 간직한 진관사도 찾았다. 지난 2009년 진관사 보수과정 중 독립운동 자료 6종 21점이 발견됐는데, 이 자료들을 감싸고 있던 태극기는 1919년 3·1운동 때 실제 사용된 것으로 전해져 진관사가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되었을 거란 추정을 낳았다. 진관사와 독립운동의 역사, 봄기운이 깃든 고즈넉한 사찰과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진관사국행수륙재는 참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중 최고는 단연 사찰음식이었다. 진관사에서 특별히 마련한 점심식사를 접한 기자들은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색색의 나물과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을 내는 음식들은 눈과 입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온 멀로비치 도리안 기자는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며 한국말로 “맛있어요”,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레오 다르샨 기자도 “맛있고 건강에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런 기자들에게 진관사 스님들은 지혜와 행운 등의 의미가 담긴 오색실 팔찌를 선물했다. 레바논의 빌랄 바살 기자는 “서울은 현대적 건물만 아니라 한옥 같은 좋은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며 “스님들이 나에게 오색실 팔찌를 해주면서 ‘너는 세계의 가운데다’라며 평화를 강조한 게 좋았다. 한국이 좋은 나라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첨단과 전통의 공존
두 번째 행선지인 수원에서 기자들은 말 그대로 ‘첨단과 전통의 공존’을 경험했다.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을 찾은 기자들은 삼성전자의 첨단 테크놀로지를 눈으로 보고 만지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요리 레시피를 화면에 보여주는 냉장고에 큰 관심을 보인 불가리아 기자협회의 파블레타 다비도바 기자는 “무척 흥미로웠다”면서 “한국은 첫 방문인데 전통과 테크놀로지가 잘 결합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폴란드의 보구스왑 자렙스키 기자는 견학 내내 유독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가이드에게 “삼성이 정말 한국의 넘버원 기업이냐”며 묻기도 했다. 그는 “유럽에서 80년대에 유심칩을 개발하고 있을 때 한국은 TV를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발전하고 편리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게 놀라웠다”면서 “너무 빨리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들이 기계에 전복된다는 느낌을 받아 염려스럽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화성행궁을 둘러본 기자들은 사도세자 이야기에 흥미를 나타냈다. 예멘의 모하메드 알무하미드 기자는 “사도세자와 뒤주에 대한 이야기, 정조대왕의 화성행궁 행차에 많은 인원이 동원됐다는 내용이 흥미로웠고 이를 통해 한국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임진왜란 때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재건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