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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세계기자대회] "기자로 활동하며 우리 운명 위협할 갈등 촉발해선 안 돼"

각국 기자들 "신중한 보도" 한 목소리

김고은 기자  2019.03.26 23: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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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꼭 이맘때였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나란히 입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이 전해지고, 북미 정상의 대화가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당시 ‘2018 세계기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한반도에 감도는 봄기운에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북한을 향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남북정상회담은 세 차례 열렸고, 북미 정상도 두 번이나 만났다. 비록 핵 폐기에 대한 진전된 합의문을 도출해내진 못했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남북미 정상의 의지와 신뢰만큼은 확인한 시간이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2019 세계기자대회’가 지난 25일 개막했다. 전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참가한 70여명의 기자들은 “지금이 한반도의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는 데 깊이 공감하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언론의 역할’이란 대회 주제에 대해 어느 때보다 진지한 논의와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은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 언론의 균형 잡힌 시각과 보도가 중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 국제부의 테레사 피츠토네르 기자는 “남북 갈등처럼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특히 주를 이루는 똑같은 내러티브를 반복해서 따라가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고정 관념을 만들어 내거나 심한 경우에는 남한 또는 북한 측의 선전에 우연히 일조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관계뿐 아니라 모든 사건에서 기자는 가장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쪽에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의도적인 도발은 언론의 주의와 궁극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면서 “기자들은 이러한 게임에 더 이상 휘말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2019 세계기자대회’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막했다.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세계기자대회는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70여명의 기자들이 참가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알렉스 탈퀴니오 미국 전문기자협회 회장도 “역사의 초안을 써나가는 기자들, 특히 비핵화 협상처럼 세계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전할 때에는 사건에 대해 빠짐없이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탈퀴니오 회장은 “대중은 사건에 대해 최대한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알 권리가 있다”면서 “기자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말이 오갔는지를 보도해야 하며 가능한 경우 반드시 하지 않은 말까지도 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로고에 적힌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사멸한다’는 메시지가 이를 잘 대변한다”면서 “핵 협상 관련 보도에 있어서는 이를 은유적 표현이 아닌 말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정보의 편중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프랑스 일간지 라 크로아의 멀로비치 도리안 아시아 에디터는 “우리 사회의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돌아봐야 한다”면서 “북한 같은 독재 정권의 선전에 귀 닫고 민주주의 국가 편만 드는 그 자체가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느 쪽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남한의 사정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떼구 산토사 인도네시아 기자협회 윤리위원도 “언론 보도에서 수많은 사실과 가치관의 퍼즐을 맞춰 나가는 작업이 중요할 때가 있는데, 북한 문제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했다. 그는 “기자들은 종종 갈등을 전투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모든 갈등은 역학관계가 다르고, 전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전체 역학관계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우리 운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갈등을 촉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언론은 갈등을 야기할 수도, 역으로 평화를 이끌 수도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주 샤오치엔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 뉴스센터 사무차장은 “언론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는 평화 추구가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걸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기자는 “한반도의 평화로운 화해는 미디어의 노력 등 모든 당사자들의 공동된 노력을 요구한다”면서 “언론이 평화 개념을 널리 퍼트리고, 진실을 알리며, 사회 신뢰를 옹호하는 역할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