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수난과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갑자기 기자들이 무례해지고, 집단적으로 비리를 저지르기 시작했던가?
최근 기자수난 시리즈의 공통점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서 문제가 확산되었다는 데 있다. 2∼3년 전부터 인터넷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기사에 기자 이메일 주소를 적기 시작했지만 특별히 기자들의 비리가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최근 사이버 공간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한 고발과 비난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게시판의 위력이면서 동시에 최근 늘어난 인터넷 언론 탓이다. 언론사 인터넷 게시판에는 날마다 기사와 관련한 온갖 지적들이 올라온다. “오자가 있다, 사실과 다르다, 표절 아닌가” 등의 지적부터 논조에 대한 비난, 특정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끝이 없다. 인터넷 게시판에 실린 글들은 자체 생명력을 지닌다. 기사 작성자가 해명하지 않으면 제기된 의혹은 점점 확산되어 곳곳에 전파된다.
이제껏 언론계의 비리는 다른 특권층들의 비리에 비해, 언론계 내부의 입다물기 담합이 있으면 공권력의 적극개입이 없는 한 세상에 알려질 길이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이 활성화하고, 사이버언론이 본격 등장하면서 언론이 집중화살을 맞기 시작한 것이다. 기자와의 관계에서 늘 수세적 처지에 있던 일선 경찰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취재관행’에 대한 공세적 고발도 있고, 언론계 비리를 주 취재대상으로 삼아 기성언론과의 차별화를 노리는 인터넷신문들도 있다.
이제껏 기자들을 감시하는 눈은 동료기자이거나 시민단체와 출입처 등이었다. 그러나 이젠 온 세상의 모든 네티즌이 기자들을 주시하고 있다. 기자들은 전보다 더 긴장한 태도로 취재와 보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위를 이용한 횡포나 무례한 취재 행태에 대해선 물론이고, 사실 확인이 미비한 부분에 대해서 네티즌의 직격탄이 어김없이 날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네티즌의 감시로 인해 지난날 기자의 특권의식이 통용될 수 없고, 보도자료 베끼기 식의 낡은 취재관행 또한 용인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기자윤리를 견인하는 새로운 배경이 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 기자들을 향한 ‘감시의 눈길’이 긍정적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익명성을 특성으로 한 인터넷 게시판에선 특권세력에 대한 고발의 소리 못지않게, 왜곡되고조작된음해성 정보 또한 판친다. 문제는 언론이 취재를 통해 사실의 진위 여부를 보도하기 이전에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이런 음해성 조작글이 널리 유포되고, 이 과정에서 특정인이나 집단이 치명적 명예훼손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현재 시점에서 뚜렷한 대안은 없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의 실명화 유도로 책임있는 글쓰기를 희망하나, 익명성을 즐기는 네티즌의 성향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악의적 음해정보에 대해선 사법당국의 적극적 추적수사를 통해, 인터넷이 자객과 청부살인의 도구가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들은 자신의 취재와 보도에 대해 무수한 네티즌의 눈길이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운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