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제휴와 제재 심사를 진행하는 제3기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지난달 종료됐다. 매해 새로운 기수가 출범하니 제평위가 활동을 개시한 지 만 3년이 지났다는 의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2015년 5월 제휴 대상 선정에 있어 공정성 시비나 어뷰징 기사 양산 등 저널리즘의 질적 하락 문제를 내부적으로 통제·조율하기 어렵다며 언론계에 제평위 구성을 요청했다. 이에 15개의 언론 유관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각각 2명의 대표 위원을 뽑아 30명의 제평위를 구성, 지난 2016년 3월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제평위는 출범 초기부터 공정성·투명성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인터넷 생태계를 건전하게 육성·발전시키겠다는 목표와 달리 입점과 제재 심사가 있을 때마다 ‘포털 제휴매체 기득권 유지’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제평위가 사실상 포털의 방패막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나왔다. 최근까지도 제평위의 심사 방식과 절차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제평위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제평위의 지난 3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기자협회보는 위원으로 활동했던 관계자들의 얘기를 통해 제평위의 지난 3년을 돌아봤다.
◇제평위 존재 ‘모른다’ 73.6%
제평위 활동 내내 큰 문제로 지적된 건 제평위의 의사결정 과정과 그 결과가 너무나 불투명하다는 점이었다. 제평위에 참여한 위원 명단부터 어떤 매체가 제휴를 통과했고 제재를 받았는지, 또 어떤 이유에서 제휴에 탈락했는지 등이 모두 비공개 대상이었다. 이런 불투명성 때문인지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제평위 관련 설문조사에선 제평위 활동을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4%에 그쳤고 73.6%가 제평위 존재를 ‘모른다’고 답했다.
제평위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위원들 사이에서도 “논의 절차의 투명성과 내용의 투명성은 엄연히 다르고 이미 기준이 다 공개돼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제평위가 좀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제평위 역할이나 위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투명해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면 논란이 될 수밖에 없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수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제평위에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있는데 정답도 없고 똑같은 심사기준이라도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다”며 “제평위가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외부에 알리는 식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입점 매체에 특혜주기
투명성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됐던 건 공정성이었다. “30명의 위원이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하려 노력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매년 두 차례 열리는 제휴 심사 때마다 결과를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입점이 너무 까다롭다’ ‘이미 입점한 매체들에게 과도한 특혜주기’ 같은 주장들이었다. 게다가 지난 3년간 사실상 퇴출이 막히면서 공정성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특혜 시비를 없애려면 결국 ‘입점도 쉽고 퇴출도 쉬운’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동안 ‘입점도 어렵고 퇴출도 어려운’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제3자 기사전송’ 등으로 벌점이 누적돼 조선일보가 48시간 포털 노출 중단 제재 조치를 받았을 땐 벌점보다 제재 수위가 약해 논란이 됐다. 원칙대로라면 보름 안팎으로 노출 중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벌점이 높았지만 ‘실수’라는 조선일보의 소명을 받아들이면서 제재 수위가 낮아져서다. 제평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던 한 매체 관계자는 당시 “우리에겐 제재 규정대로 벌점에 맞는 징계를 적용했으면서 조선일보엔 그대로 적용하지 않은 게 억울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제휴 매체에 대한 재평가 기준이 완화된 것도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17년 제평위에선 벌점이 누적돼 재평가 대상이 된 경우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즉각 퇴출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그 해 11월 콘텐츠 제휴사인 코리아타임스가 포털에서 퇴출되자 언론단체들의 반발이 컸고, 결국 지난해 즉각 퇴출 조항은 사라지고 점수에 맞게 제휴등급이 강등되는 내용으로 규정이 수정됐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제재가 있으면 제평위 내에서 그 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랐다”고 말했고,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입점 매체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그에 비례해 퇴출도 열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었지만 제재는 거의 미비했다”며 “전체 제휴 매체를 대상으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현실적인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지금의 방식이 비정상적인 인터넷 생태계를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제휴평가위는 없어져야 할 조직”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제평위의 존재 자체에 많은 의문을 던졌다.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한국 언론 상황에서 제평위가 태생적 한계를 안고는 있지만 좋은 방향으로 가자고 마음만 먹으면 운영이 안 될 것도 없다”며 “그런데 언론단체가 포털과 좀 더 좋은 위치에서 협상을 하려하고, 시민단체는 방해만 된다는 식으로 나오면 포털 환경을 더 낫게 만들자는 애초의 취지를 이룰 수가 없다. 제평위가 인터넷 언론의 선정성, 또 기타 소비자 권익 침해 등 이용자 입장에서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위원회 구성에 있어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간 수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도 “제평위 위상을 포털과 언론의 사적인 계약관계 수준으로 내린다면 사실 위원회를 비공개로 해도 상관없고 지금보다 기능을 더 축소해도 된다”며 “그러나 제평위에 좀 더 공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조직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재원의 문제를 고민해야겠지만 포털로부터 독립하는 방식으로 해답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제평위는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용자 입장에서 본다면 어뷰징 제재 이상으로 제평위가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며 “언론도 굳이 이 조직의 필요성을 못 느낄 것 같다. 다만 그러려면 언론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정화 능력을 상실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